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8월의 해야, 너무나 반갑다 (8-10-Wed, 대체로 맑음) 본문
더위에 속수무책인 내가 8월의 해를 반가워하다니, 기함할 일이지만, 오늘만은 해가 너무나 반가웠다. 폭우 끝에 만나는 해가 나만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 수마가 할퀴고 간 망가진 일상을 추스르는 시민들도 환하게 떠오른 아침 해가 너무도 반가웠을 것이다. 청사 옥상에서 만난 직원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이번 폭우의 뒷얘기들로 인사를 대신했다. 눈 감빡할 사이에 급류에 휩쓸린 젊은 여성 이야기,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의 죽음 이야기, 뚜껑이 사라진 맨홀에 빠진 남매 이야기, 강남 대로에 버려진 천여 대의 고급차 이야기 등등, 폭우는 우리의 이야깃거리도 바꿔버렸다. 무능력한 정부 여당의 재난 대처 방식을 지켜보며 한숨 짓던 시민들은 이제 자력으로 고통의 현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며칠 만이라도, 어디서부터 손 대야 할지 아연할 뿐인 수재민들을 위해서라도 제발 더는 비 내리지 않아야 할 텐데.....
휴가를 끝내고 출근했더니 청사도 비의 공격을 피하지는 못했는지 옥상으로 올라가는 5층 천장 아래에 양동이가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몇 달 전 방수 공사를 끝냈기 때문에 그나마 이 정도로 재난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학교들도 큰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교육감도 밤새 상황을 체크하느라 잠을 설쳤다고 한다. 그야말로 며칠 간 전쟁을 치른 셈이다.
재단 부서별 계획단계 평가를 위해 종일 파일과 씨름했다. 가끔 비서실장이 담배 피우러 가자고 내 방문을 열 때를 제외하고는 꼬박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그래도 점심 먹고 남는 시간에 이발도 했다. 이발료가 천 원이나 올랐더라. 오전에는 총무과장이 재계약 관련해서 잠시 내 방에 들렀다. 계약 전 교육감 면담을 하라고 해서 시간을 잡았는데, 약속 시간 30분 전쯤 다음주로 연기하자고 비서실에서 연락이 왔다. 교육감 일정이 너무 빠듯해 오늘은 시간이 안 난 모양이다. 다음주에 보운 형과 함께 만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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