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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헛걸음 했지만, 편안했던 휴일 본문

일상

헛걸음 했지만, 편안했던 휴일

달빛사랑 2022. 5. 22. 00:28

 

날이 너무 좋아서 오전에 무작정 집을 나섰다. 15번 버스 정거장까지 걸어가면서 목적지를 생각했다. 일단 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등대사진 전시회를 보고 자유공원에 올라가 산책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차가 석바위를 지날 때쯤 제물포에 사는 후배 장을 불러 함께 갈까 잠깐 고민했는데, 결국 그만두었다. 장을 만나면 술을 마시게 될 게 틀림없어서였다. 이번 주에 4차례나 술을 마셨다. 지출도 지출이려니와 몸도 챙겨야 할 것 같아 당분간은 음주를 삼갈 생각이다. (과연 지켜질 수 있을까? 차라리 일주일에 두 번만 마시겠다는 게 현실적일 것 같은데..... 하지만 일단은)

그건 그렇고, 오늘의 압권은, 제일시장을 지날 때 뭔가 찜찜해서 전시회 웹포스터를 찾아보았더니, 아뿔싸! 전시는 지난 금요일에 이미 끝났다는 것, 헛웃음이 나왔다. 이미 끝난 전시를 찾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나원참. 그렇다면 월미도나 자유공원에라도 다녀올까 하다가 결국 제물포역에서 하차했다. 다시 또 역 근처에 사는 장을 불러 점심이나 함께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제물포 역사로 들어와 전철에 올랐다. 일요일인데도 전철에는 웬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인천지하철 2호선으로 환승한 후 시청역에 가까워질 때는 갈매기에 들러 유튜브 팀들을 만날까도 생각했는데, 시간이 너무 일렀다. 결국 그냥 시청역을 지나쳤다.

만수역에 내려 담배 3갑과 복권 한 장을 샀고 '신포순댓국' 집에 들러 순댓국 1인분을 포장해서 나왔다. 집 근처 마트에서는 콩국물과 오이 3개를 샀다. 점심에는 콩국수를, 저녁에는 순댓국을 먹으려고 했는데, 생각과는 달리 순댓국을 점심에 먹고 콩국수를 저녁에 만들어 먹었다. 오늘은 계획대로 된 게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사실 등대 사진전 방문은 일종의 의무방어전(지인이 준비한 전시라서 의리상 찾아가는)이었다. 이미 도록으로 다 봤기 때문에 특별히 궁금한 건 없었다. 물론 큰 사진으로 보면 다른 느낌을 받았을 수는 있었겠지만, 많이 아쉽지는 않았다. 점심 이후에는 낮잠도 잤다. 비교적 질 좋은 잠이었다. 전시를 보진 못했지만, 나 같은 집돌이가 휴일에 집 밖을 나갔다 왔고, 오랜만에 순댓국과 콩국수도 먹었으니 헛걸음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일들이 오히려 마음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 복권도 샀구나. 만약 복권까지 당첨된다면, 그야말로 오늘의 헛걸음은 내 인생마저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예측할 수 없으니 삶은 재밌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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