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오미크론 양성반응 본문
지난주 다인아트 윤 대표의 연락을 받고 구월동 용궁정에 들렀다 온 이후로 컨디션이 안 좋았다. 이튿날 민주화운동센터로 회의하러 갈 때는 약간의 몸살 기운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퇴근해서 약을 먹고 하루 푹 쉬었더니 별다른 증상이 없었고, 목요일에는 대선후보 안과 윤이 단일화했다는 소식에 열폭한 수홍 형이 불러 구월동에서 고기도 먹었다. 그날 수홍 형은 나를 보자마자 “얼굴이 왜 이렇게 까매. 어디 아파?”라고 물었고, 나는 “잠을 좀 설쳐서 그래요.”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
금요일에는 약간 피곤해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 특히 일요일인 어제는 빨래와 청소도 하고 운동도 하며 나름 부지런하게 보냈다. 그런데 엊저녁부터 몸이 나른해지더니 담배를 피울 때마다 평소와는 다르게 ‘헉’하고 기침이 나왔다. 순간 머리를 스치는 ‘아, 익숙한 이 느낌!’ 하는 생각, 이내 기분이 나빠졌다. 그렇다. 몸살이 찾아올 때의 전조 증상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어디가 심각하게 아픈 것은 아니었고, 그저 오늘 아침 일어났을 때 목만 약간 편치 않았다. 그런데 목이 텁텁한 건 오늘만 그랬던 게 아니라서 대수로이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어젯밤에 조짐을 보이던 몸살 기운이 사라진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했을 뿐이다. 그래서 평소처럼 아침을 먹고 7시 30분쯤 청사로 출근했다. 화초에 물을 주고 커피 한 잔 마시며 아이스 톡으로 도착한 교육청 문자들을 확인한 후, 동료의 출근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코로나 확진자 수를 알리는 안전 문자가 도착했다. ‘인천시 3월 7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 15,324명 발생. 대통령 선거 투표권이 있는 확진자와 격리자는 관할 보건소의 안내 문자에 따라 투표가 가능합니다.’ 문자를 보는 순간, 문득 서랍에 보관해 놓았던 진단킷이 생각났다. (왜 그게 퍼뜩 생각났는지, 정말 다행이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진단을 진행한 결과, 아뿔싸! 진단킷에 선명하게 두 줄이 뜨는 게 아닌가. 양성 반응! 설마 하던 오미크론이 마침내 나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키트를 확인하고는 바로 책상과 출입구 손잡이를 소독용 에탄올로 소독하고, 가방을 챙겨 청사를 나왔다. 동료들이 출근하기 전이라서 천만 다행이었다. 그리고 집 근처 약국에 들러 6천 원짜리 진단킷 두 개를 구매한 후 집에 와서 다시 검사했다. 예상대로 역시 선명한 두 줄! 그 길로 바로 남동구 선별진료소에 들러 PCR 검사를 했다. 내일 확실한 결과가 나오겠지만, 확진 가능성은 100%다.
진료소에서 돌아오며 도대체 언제, 어디서 감염되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최초 몸살 기운을 느꼈던 건 윤 대표의 연락받고 나간 용궁정 술자리에서 윤 대표, 혁재, 선아, 은수를 만나고 온 바로 다음 날인 수요일이다. 그러니까 화요일인 3월 1일, 사람들을 만났을 때 감염된 게 아닌가 싶다. 그날 용궁정에는 자리가 없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술을 마셔야 했다. 그들을 만나고 온 다음 날, 몸살기운이 느껴졌고, 이후 컨디션 난조를 보인 것으로 보아 그날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렇다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괜찮은 건가? 전화해서 물어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 확실한 것도 아니고, 오가며 거리에서 혹은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감염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오미크론 증상은 심하지 않아 감기 앓듯 사나흘을 앓고 나면 자연 치료가 된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물론 수요일 회의에서 만난 사람들은 괜찮은 건지, 목요일에 함께 고기를 먹은 수홍 형도 혹시 확진된 게 아닌지 걱정이 많지만, 일단 그들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은 이상 기다려볼 생각이다. 설사 밀접접촉자라 하더라도 3차 접종을 끝냈을 경우, 격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니 말이다.
나처럼 증상이 경미하거나 아예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 자신이 확진자라는 사실을 알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확진된 채로 사람들을 만나고 술집과 식당을 이용하기도 한다. 지금과 같은 확진자의 폭발적 증가는 아마도 오미크론의 이 ‘은밀한 접근과 미미한 증상’ 때문일 것이다. 증상이 미미하니 위기의식도 그만큼 덜하고, 걸려도 며칠 후면 자연 치료가 되니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특별히 위험한 변종이 다시 출현하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오미크론의 증상이 감기와 유사하다면 이제 우리는 좋으나 싫으나 오미크론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더 이상 특별한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것 같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이 안 서지만, 완전히 구축할 수 없다면 살살 달래서 만만한 상대로 만들어 곁에 두고 살아가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아무튼 끝까지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이 시국을 건너보겠다던 나의 바람은 오늘로써 무모한 바람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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