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7월을 보내며 본문
시인 이육사가 노래한 ‘청포도가 익어가는’ 정겨운 7월은 아니었지만, 저마다 제 자리를 지키며 영글 건 영글고 떨어질 건 떨어지면서 7월은 흘러왔다. 여전히 이곳의 주인은 여름, 여름이 풀어놓은 뜨겁고 습한 바람은 이곳에 있다. 코로나 거리두기는 사람들의 물리적 거리만 멀게 했을 뿐 심리적 거리는 멀게 하지 못했나 보다. 서로가 알고 있는 은밀한 방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만나 술 마시고 대화하고 가끔 싸웠다. 좀처럼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코로나는 이제 사람들의 두려움마저 감염시킨 게 분명하다. 외로움은 두려움보다 힘이 셌다. 감염의 위험을 알리는 경고는 일용할 양식보다 자주 식탁에 올랐지만,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개의치 않았다. 가까운 사람들의 폐장이 경화되고 기관지에 피멍이 들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것은 너무 집요하고 무자비했으며 빨랐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은 코로나를 두려워하지 않게 됐는지 모른다. 두려움은 추상이 되었으므로. 추상은 가까우면서도 먼 것이므로. 두려움은 추상이었지만, 외로움은 구체적이었다. 사람들은 구체적인 것에 약하다. 조금씩 조금씩 거리를 좁히며 사람들은 그것이 관계의 회복이라고 착각하곤 했다. 착각과 착시의 향연 속에서 감염자들은 폭증했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착각과 착시는 상당 부분 의도한 것인지도 모른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게 사람들의 상정이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바이러스는 누군가 치료해주지만 외로움은 끝내 자신의 몫이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이제 코로나는 더는 우리를 위협하는 악성 바이러스가 아니라 어쩌면 앞으로 함께 살아가야 할 불편한 삶의 동반자일 지도 모른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그렇게 7월은 거칠어진 바이러스와 외로움을 견디려는 사람들의 부딪침 속에서 흘러왔다. 새롭게 시작될 8월도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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