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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감자를 받다 본문

일상

감자를 받다

달빛사랑 2021. 7. 6. 00:53

 

 

6시가 다 되어 두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저녁에 뭘 먹을까를 고민하고 있을 때 받은 전화다. 먼저 연락한 사람은 김건환 선배고 나중에 연락한 사람은 서은미 후배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사진 예술가다. 근래에 건환 형은 술 한잔하자며 몇 차례 전화했었다. 당시 금주 중이어서 만나지는 않았다. 오늘은 화가 이복행 선생까지 거론하며 무조건 만나자고 했다. 거절하기 어려웠다. 오늘까지 거절하면 자신을 피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다행히(?) 약속 시간은 7시 30분, 아직은 코로나 때문에 술집 영업을 10시까지밖에 못한다. 싫으나 좋으나 2시간 30분 후에는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한다. 경희네식당에 도착한 것은 7시 20분, 자리에 앉자마자 구월동에 도착했다는 은미 씨의 전화를 받았다. 일단 경희네 앞으로 오라고 했다. 그때 건환 형과 복행 씨가 막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은미 씨가 날 만나자고 한 이유는 자신이 직접 수확한 감자를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경희네 술자리에 합석한 은미 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나에게 감자 보따리를 건넸다. 알이 굵은 감자가 가득 담겨 있었다. 더운 날씨에 그걸 전해주려 일부러 구월동까지 차를 몰아온 은미 씨의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 “제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들에게만 조금씩 전해주는 거예요.” 하며 멋쩍게 웃는 그녀를 보며 나도 웃었다. 앞에 앉은 건환 형과 복행 씨도 웃었다. 은미 씨는 잠시 앉아 있다 먼저 가고 남은 우리는 다양한 수다를 떨며 오랜만에 많이 웃었다. 건환 형은 10월에 사진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내가 아는 한 건환 형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작품 사진만 일관되게 찍고 있는 작가다. 복행 씨는 예상대로 다변이었다. 새로 산 집의 실내 공사를 맡긴, (나도 알고 있는) 후배와 원수 사이가 된 사연부터 자신의 예술관, 최근 발견한 안주가 맛있는 술집 이야기까지 화제도 다양했다. 

 

정확히 10시에 술집을 나왔다. 건환 형과 복행 씨는 택시를 잡기 위해 큰길에 머물렀고, 나는 전철을 타기 위해 예술회관역으로 걸어갔다. 코로나가 다시 극성이라는데, 거리와 차 안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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