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소서(小暑) 본문

오늘은 소서(小暑)다. 24절기 중 11번째 절기 소서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날이다. 정오가 지날 무렵부터 날이 더워졌다. (어쩌면 생각만 그런 건지도 모를 일이지만, 아무튼) 간간히 장마철 비구름이 볕을 가려주었다. 고마웠지만 더위를 주춤거리게 하기엔 당연히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작년 이맘때보다는 확실히 덜 덥다고 몸이 내게 말했다. 몸은 정직하다. 5~6월에도 큰 비가 자주 왔고 늦장마가 시작된 7월에도 자주 구름이 끼고 장맛비가 내려 한여름 땡볕을 가려주었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실제로 올여름 들어 "와, 정말 더운 날이네"라고 생각된 날은 한번도 없었다. 5월 말인가 6월 초에 한낮의 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른 적이 있는데, 그날 오히려 사람들은 덥다고 아우성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요만큼만 덥다가 여름이 불쑥 가버렸으면 좋겠지만, 그럴 리 만무하다는 것은 명백하다. "오, 그렇게 생각했어?" 하며 자존심 상한 여름이 당장 담주부터 불볕더위를 풀어놓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현재까지는 그런대로 여름을 잘 견뎌내고 있다. 습한 열대야를 만난 적도 없다. 모기의 공격도 아직은 없었다. 그러나 소서인 오늘를 기점으로 이 모든 최악의 상황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제일 두려운 하루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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