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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가수 장덕을 아시나요? 본문

일상

가수 장덕을 아시나요?

달빛사랑 2020. 9. 28. 00:37

 

후배가 기획한 공연 포스터와 행사 일정 메일을 받고 문득 요절한 여가수 장덕의 일생을 생각하는 퇴근 무렵, 가을볕은 여전히 얄밉도록 맑다. 길지 않은 삶 동안 그녀가 겪은 파란은 만만찮았다. 서너 차례의 자살 시도와 도박에의 침윤, 결국 수면제와 기관지 확장제 과다 흡입으로 사망. 명민한 천재가 견디기에는 시대의 중압과 가정의 붕괴가 너무도 버거웠던 모양이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6개월 후 오빠 장현 역시 설암으로 동생 곁으로 가게 된다. 혀를 절제하면 살 수 있다고 하는 것을 노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장현은 수술을 거절하고 결국 죽음을 맞았다고 한다. 그리고 음대 교수였던 아버지와 서양화가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유복하게 성장하던 장덕이 불면과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 건 부모의 이혼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이 대목에서 어린 자녀에게 부모의 이혼이 얼마나 큰 정신적 외상이 될 수 있는가를 아프게 확인한다. 나도 내 아들에게 그만큼 힘든 상황을 강제했을 테니까. 진미령이 부른 공전의 히트작 ‘소녀와 가로등’이 여고생 시절 장덕이 작곡한 노래라는 걸 오늘에야 알았다. 그녀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싱어송라이터였다. 비극적 개인사를 알고 나서 그녀의 노래를 들으니 멜로디나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그녀의 커다란 눈이 더욱 슬프게 느껴진다. 


 

갈매기에서 혼막(혼자 먹는 막걸리)을 한 지 1시간 반쯤 지났을 때, 그러니까 내가 막걸리를 두 병 정도 마시고 세 병을 따려 할 때, 송성섭 형과 임종우 형, 후배 장한섬이 명리학 강좌를 마치고 갈매기에 '나타났다.' 강사인 성섭 형을 종우 형과 한섬이가 모시고 온 것이다.  한섬이는 다음 달 24일(토) 진행될 요절한 천재 가수 장덕을 소재로 한 공연의 연출을 맡은 후배다. 갈매기에 가기 전 그가 보내준 공연 메일을 보고 장덕에 관한 글을 포스팅했는데(↑위의 글), 나에게 그 글을 쓰게 한 계기를 마련해준 한섬이를 갈매기에서 우연히 만나다니, 반가우면서도 기분이 묘했다. 나는 너무 반가운 나머지 지갑에 들어있던 3만 원 전액을 꺼내 관람료라며 한섬이에게 주었더니 “고맙습니다. 좋은 자리로 예약해 놓겠습니다.” 하며 웃으며 받았다. 공연에 가게 될지 어떨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늘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의미 있는 작업을 계속하는 한섬이가 무척 대견해 보였다. 쉽지 않은 길을 가는 문화 현장의 후배에게 돈 3만 원은 너무도 미미한 금액이겠지만, 후배를 사랑하는 선배의 마음만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얼마 후 혁재가 합류했다. 그 녀석은 어디서 뭐 하다가 꼭 내가 술기운이 돌 때쯤에야 나타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LP 카페 ‘비틀즈’로 2차를 가자며 자리에서 일어날 때, 성섭 형과 종우 형 등 선배가 둘이나 있었지만, 술값 7만 원도 내가 계산했다. 갈매기 형수가 엄마와 먹으라며 갈치를 싸주셨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보내니 다른 누군가의 마음이 내게로 오는구나. 그렇게 주고받고 사는 게 인생인 거지 뭐. 혁재가 잡아 준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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