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신해철을 기억하다 본문
SBS에서 새롭게 시작한 ‘선미네 비디오 가게’라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았다. 걸그룹 출신 가수 선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서 가벼운 쇼 프로일 거란 선입관이 있었는데, 아니었다. 오늘 첫 방송에서는 가수 신해철을 심층적으로 다뤘다. 방송은 명민한 뮤지션이자 비뚤어진 세상에 대한 신랄한 비판자였던 그의 입체적인 삶을 담담하게 보여주었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본 것 같았다.
사실 나는 신해철을 그의 노래보다는 그가 가진 정치적 입장과 낡은 가치에 대한 눈치 보지 않는 공격성 때문에 좋아했다. 마왕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그는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는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었다. 팬들은 마왕의 조련(?)을 기꺼워하여 자발적으로 조련당했다. 허다한 팬들이 그런 포즈를 취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카리스마는 물론 발언의 진정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확실히 그는 뮤지션 차원에서만 조명될 수 있는 단선적 인물이 아니다. 그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은 것은 음악도 음악이지만 사람 자체의 매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매력의 층위는 넓고 깊다.
그래서 더욱 그의 죽음이 애달프다. 그가 지닌 무게감이나 사회적 영향력에 비해 의료 사고사(死)라는 죽음의 형식은 너무나도 당혹스러웠다. 그의 죽음의 형식을 생각하면 그의 열성 팬이 아닌 나조차도 마음이 한없이 먹먹해지곤 한다. 다만 그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뜨거운 삶을 살다 간 꽤 괜찮은 인간으로 기억되고 있으니 하늘에서도 마냥 서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의 노래를, 그리고 노랫말을 찬찬히 듣고 음미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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