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잦은 모임 참석러(er)의 변명 본문
박영근 시인 14주기 추모 모임과 박영근 문학상 시상식이 있는 날이었지만 바이러스 때문에 모든 일정이 가족들과 관계자들만 모인 가운데 약식으로 진행됐다. 추모사업회 측에서도 사전 공지를 통해서 참석 자제를 부탁하기도 했다. 식이 끝나고 근처 식당에서 뒤풀이가 있었다는데 나는 참석하지 않았다. 주점 갈매기에서는 이사회를 마친 작가회의 후배들의 회식이 있었지만 역시 그곳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사도 아닐뿐더러 이틀 연거푸 술 마시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에 오히려 모임도 많고 회의도 많다. 모임을 삼가라 할 때 모임을 갖다 보니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몇몇 자리는 참석해야 했으나 가지 못했고 또 몇몇 모임은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였지만 참석했다. 하지만 사실 조문(弔問)을 제외하면 참석과 불참의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상가(喪家)의 조문이야 컨디션과 무관하게 다녀오는 편이지만 경사(慶事)나 술자리는 그날 아침 컨디션이 많은 걸 좌우한다. 애경사가 일상사가 되어버린 나이라서 그렇겠지만, 참석에 대한 요령도 발동한다. 지인의 가족이 상을 당했을 때는 빠짐없이 참석했는데 정작 지인 자신이 운명했을 때, 슬픔을 핑계로 조의금만 보낸 경우가 종종 있다. 문상 행위에는 의무감도 일정하게 작용하고 상주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는 모종의 강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눈도장을 찍어야 할 대상이 세상에 없으니 조문의 성격이 달라졌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염치없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애도가 아니었던 셈이다. 물론 사람마다 나와의 친소(親疏)가 달랐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무튼.
방 안에 콕 박혀 잠만 잤다. 오후에는 영화 한 편 보았다.
『야구 소녀』, 뻔한 주제지만 힘주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주영이란 배우, 좋은 영화 속에서 자주 만나는 배우다.
중성적인 매력의 소유자인데, 모든 영화 속 캐릭터가 비슷비슷하다.
그것을 뛰어넘어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게 그녀의 과제일 것이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의 내력, 혹은 불면의 이력 (0) | 2020.07.20 |
---|---|
술판의 사회학과 술값 계산의 법칙 (0) | 2020.07.19 |
전태일 열사 50주기 인천문화예술추진위 발족식 (0) | 2020.07.17 |
평화도시인천 스토리텔링 중간 보고회 (0) | 2020.07.16 |
구월동은 확실히 좁은 동네라니까 (0) | 2020.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