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갈매기 월요멤버들 수요일에 조우하다 본문
오랜만에 갈매기를 찾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후배 吳가 생마늘을 까먹으며 술을 마시고 있더군요. 자리에 앉자마자 “하나도 맵지 않아요” 하며 건네는 생마늘을 마치 단군의 모친인 곰이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씹고 있을 때, (하긴 내 성인 ‘문’자를 뒤집으면 곰이 되긴 합니다만) 후배 시인 심이 들어와 합석했습니다. 작전동에서 제물포로 이사 온 이후 퇴근길에 자주 갈매기에 들르는 모양이었습니다. 심은 참 착한 친구입니다. 옷을 벗기고 겨드랑이를 살펴보면 아마 날개가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그가 곱사등인 것도 아마 천상의 존재인 자신을 숨기기 위한 방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술자리가 8부 능선을 넘어가고 있을 즈음 조구 형님이 합석했습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정말 오랜만에 형을 만났습니다. 오는 자신의 만물주머니인 우쿨렐레 케이스에서 다시 서너 개의 실한 마늘을 꺼내 정성스럽게 껍질을 벗기고 얇게 썰어서는 안주로 시킨 광어회무침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회를 좋아하지 않는 조구 형께서 그 마늘을 드셨는지 안 드셨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드셨다면 마늘 맛에 대한 평가를 하셨을 텐데, 들은 기억은 없습니다. 형은 우리와 함께 막걸리 한 병 반쯤 마시고는 먼저 일어나서 귀가하셨고 잠시 후 심이 떠났으며 나는 오와 막걸리 한 병을 더 나눠 마시고 갈매기를 나왔습니다. 술값은 8만 원, 오늘은 내가 모두 계산했습니다. 심사비로 받은 3십만 원, 정말 알뜰하게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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