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짧은 여행을 마치고 본문
지난밤의 음주에도 불구하고 일행들은 모두 아침 일찍 기상을 했다. 오늘 일정은 근처 기사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서 대흥사를 방문하고 완도를 들렸다가 금강을 보러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남에서 인천까지 5시간이 넘도록 운전해야 하는 동료들의 컨디션을 고려하여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인천으로 출발했다. 올 때와는 달리 한 시간에 한 번씩, 혹은 휴게소가 나올 때마다 쉬었다. 남도의 날씨는 봄처럼 포근했는데 올라올수록 바람이 차가워졌다. 공기도 확실히 탁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0시가 조금 넘어 출발해서 4시 30분쯤 인천에 도착했다. 그냥 헤어지기 서운한 사람들은 주점 갈매기 근처 족발집으로 이동해 술을 마셨다. 나도 소주 한 병을 마셨고, 피곤이 몰려와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니 8시, 집을 떠난 지 40여 시간 만에 다시 내 방으로 돌아온 것이다. 남녘의 바람 한 줄기 아마도 배낭 속에 담겨 나와 함께 이곳으로 올라왔을 텐데, 제가 있던 곳과 너무도 다른 이곳 바람의 결에 놀라 여전히 배낭 속에서 머뭇거리고 있을 게 분명하다. 무탈하게 귀가한 내 모습을 보며 안심하는 것이 역력한 어머니의 미소를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내가 잠든 사이 배낭 속에서 눈치 보던 바람은 슬며시 빠져나와 낯선 바람과 안부를 나누겠지. 기죽지 말고 당당한 얼굴로 서로 안부를 나누길 바란다. 피곤하고 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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