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나만큼 밤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본문
나는 익숙한 거리에서 만나는 겨울저녁의 수다스러움을 사랑한다. 그리고 내 옆에서 늘 영혼의 닭고기 스프가 되어 주는 페소아를 사랑한다.
“밤의 축복이여, 그 무엇도 아닌 채로, 위대하고도 위대하여라! 미지의 광채가 내뿜는 진지한 장엄함…… 그 안에서 나는 단번에 고독의 수도만이 갖는 고결함을 얻는다. 외딴 황무지에서 홀로 살아가는 은자는 안다. 그리스도는 바위굴 속에, 세상으로부터 아득히 먼 동굴 속에 현존함을.
부조리하고 앙상한 내 방 책상 앞에서, 이름 없고 하찮은 사무원인 나는 쓴다. 글은 내 영혼의 구원이다. 나는 멀리 솟아난 높은 산 위로 가라앉는 불가능한 노을의 색채를 묘사하며 나 자신을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내 석상으로, 삶의 희열을 대신해 주는 보상으로, 그리고 내 사도의 손가락을 장식하는 체념의 반지로, 무아지경의 경멸이라는 변치 않는 보석으로 나에게 황금의 옷을 입힌다.”―페루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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