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선운사를 거쳐 해남까지 본문
고창의 선운사를 들러 해남까지 다녀오는 1박2일의 여정, 새벽에 떠나는 여행이라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늘 잠을 자는 시간이 일정했던 터라서 한숨도 못자고 집을 나섰다. 내려가는 차 안에서 눈을 붙일 요량이었다. 새벽 공기는 제법 차가웠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집 근처 상가의 불빛들은 평일보다 적었다. 구월동 갈매기의 꿈에 도착했을 때 여행을 함께 하기로 한 지인들은 이미 모두 모여 있었다. 그들은 국밥으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모두들 잠을 설쳤는지 피곤이 덕지덕지 묻은 얼굴이었지만 또 한편 여행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들이 표정에 드러나 있었다.
선운사는 두 번째 방문이다. 이혼 전 가족들과 함께 선운사를 방문했던 기억이 있다. 겨울 산사의 고즈넉함을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관광객들이 많았다. 동백은 아직 피지 않아 아쉬웠다. 하지만 꽃망울들이 막 돋아나기 시작했으니 3월 초쯤이면 대웅전 뒤편으로부터 붉은 물결이 사찰 앞 도솔천까지 내려와 장관을 이룰 것이다.
선운사에서 90분쯤 더 차를 몰아 해남에 닿은 것은 오후3시 경. 일행들은 명주(名酒)인 해창막걸리 주조장에 들러 막걸리를 대접받고 한참을 머물다 근처 함박골 민박집에 짐을 풀었다. 주인아주머니는 살가웠고 정갈하게 지어진 한옥의 정취가 남달랐다. 하지만 방안은 위풍이 있어서 난로를 켜지 않으면 어깨가 시려왔다. 남쪽의 오후는 따스한 듯했지만 한밤의 기온은 만만찮게 차가웠다. 가까운 곳에 바다가 있었지만 숙소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부지런한 후배들은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는 다시 차를 몰아 완도를 다녀왔다. 밤이 이슥해서 밀가루 같은 눈발이 날렸다. 숙소의 방문 밖 어둠은 멀고 깊었다. 간간히 개 짖는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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