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우린 너무 쉽게 포기한 것은 아닐까 본문
“미로에 빠졌으면 처음 길을 잃었던 자리에서부터 차근차근 출구를 찾아보는 일이 옳았을 터였다. 시작과 끝을, 삶의 처음과 마지막을 그토록이나 성실하게 더듬어 가는 것으로 미로를 벗어나긴 틀린 일이었을까. 운 좋게 부산물을 획득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한 것은 너무 이른 절망이 아니었을까. 좌표가 사라졌다고는 해도 좌표가 있던 자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닌데 왜 그렇게도 맥이 풀려 버렸을까. 그 맥풀림에 대처하는 것조차 나는 왜 그리 조급했던 것일까.
한 시인의 말처럼 어차피 고통은 이 세상을 사는 인간들이 지불하는 월세 같은 것일진대, 견디어 누르고 있으면 제 압력으로 솟아나오는 뿌리 하나쯤은 있을지도 모르는데. 아니, 이제는 그런 것들까지 폐기 처분되는 시대라고 믿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정말은 그 믿음이 두려웠던 것일까, 나는.”―양귀자, <숨은 꽃> 중에서
내일 지인들과 땅끝 해남으로 외유를 간다. 설렘과 두려움 반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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