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김해자, '아마추어' 본문
아마추어
20년 가까이 시를 쓰고도
누가 시인이라 소개하면 얼굴이 붉어진다
숨어 있는 시의 가느다란 팔목이라도
잡아보려 내뻗는 실핏줄 돋은 손들
앞에서 고개가 숙여진다 부끄러운 듯
쓰다듬는 아마추어의 눈빛이 난 좋다
처음 살아보는 이 생 앞에
우린 모두 아마추어다
삶이 연습은 아니지만 사는 동안
마주치는 것들 동사로 싣고 가는 자는
이미 아마추어가 아니다
맞춰보다 맞추다 처음인 듯
입 맞추는 황금 문장
서툰 대로 온전하다
죽음조차 난생처음인 우린 모두 아마추어다
사라지고 나서야 마침표가 찍힌다
◆◆
그렇다. 우린 모두 삶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
죽음조차 난생처음 아닌가.
스스로 자기 삶의 마침표를 찍기도 쉽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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