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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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시 장마가 시작되었다

달빛사랑 2018. 7. 9. 22:30

오전, 고용센터에 들러 실업급여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집에 돌아와 점심을 먹은 후 한 시간 쯤 쉬다가 글쓰기 강의하러 자바르떼 사무실에 들렀다. 일하면서 공부하는 대견한 젊은 수강생들을 만나고 나면 나도 괜스레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심각한 고민거리들을 가지고 있었다. 결혼문제, 주택문제, 진로문제 등 모두가 해결이 만만찮은 것들이었다.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왜 매일 매일이 전쟁 같은 나날이고 생활은 나아지지 않는 것인지 그들은 스스로 질문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표정이 밝다. 고민을 얘기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런 것이 바로 젊음의 힘일 것이다. 고단한 삶이지만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낙관으로 그것을 극복하려는 젊음의 힘. 나는 그래서 그들이 미쁘다. 그리고 그들이 한없이 부럽다. 이야기를 하는 내내 창밖에서는 비가 내렸다.

 

수업을 마치고 갈매기에 들렀다. 집으로 가지 못하고 결국 유혹에 굴복한 것이다. 혁재가 먼저 와 있었다. 갈매기에서 함께 술을 마셔 본 지가 제법 되었다. 하루 종일 비가 와서 그런지 술집은 몹시 붐볐다.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내리는 비를 보며 술을 마셨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고스란히 들렸지만 집중하진 않았다. 그들에게도 나와 혁재의 이야기가 들렸을 것이다. 대화가 허공에서 부딪치고, 술 냄새가 공기 중에서 섞여들었다. 비는 집요하고 거세게 내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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