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후배K, 막걸리집(개코막걸리)을 인수하다 본문
배다리 터줏대감이자 술꾼들의 참새방앗간인 ‘개코막걸리’를 후배가 인수를 했다. 건물주이자 그곳에서 30여 년 간 장사를 해오던 주인내외는 건강 상의 이유로 더 이상 가게를 운영할 수 없게 되어 폐업을 생각했던 모양인데, 하루아침에 아지트를 잃게 된 단골들은 여기저기 다급하게 수소문을 했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 돌고 돌아서 후배 K에게까지 연락이 왔던 것이다. 가게가 무주공산이란 소문이 돌 때쯤 주점 갈매기에서 우연히 만난 후배는 나에게 “형, 내가 한 번 해볼까?”하고 넌지시 물어왔다. 나는 “월세도 비싸지 않고, 네가 요리를 잘 하니까 한 번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리고 며칠 후, 정말 후배는 사장내외와 만나 덜컥 계약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문제는 후배가 술집운영에만 모든 시간을 쏟아부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후배는 새롭게 인수한 막걸리집에 ‘커뮤니티 주점’이란 이름을 붙이고 문화예술인들을 불러 모아 그야말로 문화살롱처럼 운영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자신이 지금까지 하고 있던 연극 연출 및 교육과 문화기획은 평상시대로 진행하고 술집은 서브 잡(sub-job) 정도로 생각했던 같은데, 장사가 어디 그런가. 특히 초기에는 시장도 직접 봐야 하고, 양념도 다듬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주문도 해야 하고, 그야말로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만만치 않다는 말이다. 해서 후배는 개업을 결심하고 난 이후 내부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결정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졌던 모양이다. 공사를 진행한 다른 절친들의 전언에 의하면 기자재 구입 및 인테리어 비용 등 일단 지출된 돈이 있어 멈출 수도 없는, 그야말로 기호지세, 지금 후배는 딱 그 형국이라는 것이다.
물론 ‘개코막걸리집’은 후배가 술집 경영에만 집중한다면 손해를 감수해야 할 만큼 매상이 안 오르는 집은 아니다. 근처 스페이스 빔을 비롯해서 배다리를 근거로 문화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많은 활동가들이 자주 드나들고, 또한 인근에 편하게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술집이 없기 때문에 운영만 잘 한다면 애초 후배가 생각했던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자신의 정체성을 연극 감독이나 문화예술기획자에 둘 것인가 아니면 막걸리집을 경영하는 소경영인에 둘 것인가가 아마도 후배의 고민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어쨌든 개업날인 오늘은 무척이나 붐볐다. 적어도 오늘 참석한 사람들이 단골이 되어 일주일에 한 번씩만 방문해줘도 술집은 어느 정도 돌아갈 것이다. 일단 시작한 것이니 좌고우면 하지 말고 달려보는 수밖에.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쪼록 ‘두 마리 토끼’를 다 포획하는 후배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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