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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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재단의 불통과 전횡을 우려한다
-최근 불거진 ‘사운드바운드’축제와 저작권 관련 논란을 중심으로
문화재단의 설립 목적을 새삼 이곳에서 자세하게 언급하지는 않겠다. 다만 홈페이지 재단 소개의 ‘비전’ 항목을 보면 “문화인천을 디자인하는 민관협력플랫폼”이란 언급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아래 ‘인천문화가치 발굴 및 재창안/문화 접근성 향상/참여 중심 시민문화 활성화/문화시설 기반 예술서비스 확대/다양한 생활문화 커뮤니티 지원/사회적 공공가치를 창출하는 예술창작지원/재정건전성 확보/소통과 협력 기반의 조직운영/지역에서 실천하는 창의인재 양성/예술기부문화 활성화’ 등 10개의 구체적인 전략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 자체만으로는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는 과제들이다. 이 모든 과제들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을 몇 개의 단어로 정리한다면 ‘활성화’, ‘지원’, ‘운영’, ‘확보’ 사업 등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무엇인가를 ‘확보’하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지원’과 ‘운영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만약 인천문화재단이 위와 같은 전략과제들을 그것을 설정했던 초심에 입각해 충실하게 이행해 왔다면 최근에 불거진 ‘전횡’과 ‘갑질’ 관련 문제들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재단은 전략과제에서도 밝혔듯이 다양한 문화 활동에 대한 ‘지원’에 있어서 ‘소통과 협력기반의 조직운영’이 선행되어야 한다. 소통이 없는 지원은 하양식, 시혜적 지원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갑질 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사운드바운드 음악 축제와 관련한 재단의 포즈나 재단으로부터 지원받아 작업하는 예술가들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언급을 보게 되었을 때, 과연 인천문화재단이 지역의 예술가들이나 행사 주체들과의 소통을 촘촘하게 진행했을까 하는 의구심과 아울러 문화와 예술을 지원하고 보호해야 하는 문화재단이 작가들의 창작물에 대해 어떻게 그런 반(反)예술(가)적 발상을 할 수 있었을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지역 음악공간과 예술가들이 협업하여 5년간 진행해 온 루비레코드 기획 공연 ‘사운드 바운드’의 경우, 인천시가 인천문화재단을 통해 지원하기로 하고, 시의회와 문화재단 이사회를 거쳐 예산 배정까지 이루어진 단계였는데, 이것이 갑자기 추진단계에서 관악 연주를 중심으로 하는 ‘인천개항장음악축제’로 변형된 것에 대해서 재단 측에서는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나의 행사가 소수 마니아들만의 행사를 넘어 인천 시민 모두의 축제로 발전하기까지는 수많은 노력과 행사 주체들의 희생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축제가 행정가 출신 대표이사 한 사람의 결정으로 성격이 변형되고, 무엇보다 그간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해 왔던 행사주체들이 추진과정에서 배제되었다면 이것은 문화재단의 존립 근거를 의심하게 만드는 매우 심각한 월권 혹은 전횡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 내면에는 재단의 독립성과 문화자립, 문화자치보다는 문화예술을 앞세워 시정을 홍보하고자 하는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의 개인적 욕망이 자리하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올 초에 진행된 사무처장직 및 새로운 본부를 신설하는 조직개편 과정 역시 지역 문화계와의 공론화 과정 없이 진행되어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는데, 전략과제에서 강조한 ‘소통’이란 말이 무색해지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많은 논란 끝에 수정되긴 했지만, 인천의 문화·역사·지역설화·지명 등을 토대로 상설 공연할 수 있는 뮤지컬·음악극·무용 등 공연의 줄거리 개요를 모집하는 공고를 내면서 ‘작품의 저작권과 그에 따른 모든 권리는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에 있다’라고 명시한 조항을 보면서 인천의 모든 예술가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창작자의 저작권 전체를 헐값에 소유하고자 한 저열한 의도가 아니었다면 적어도 문화예술가들을 지원, 보호, 육성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 문화재단에서 이런 내용의 공고를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에게 재단 측은 “사람들이 일하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고 하는데(경인일보 4월 26자 사설 참조), 이러한 일련의 태도를 통해 우리는 문화와 예술을 대하는 인천시와 문화재단의 관점을 참담한 마음으로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작업상의 가벼운 실수’가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문화예술에 대한 재단의 인식이 무의식적으로 발현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설사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공적 성격의 콘텐츠라 할지라도 그것을 활용하려 할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작가와의 협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인천문화재단은 인천시와 재단 대표이사의 소유물이 결코 아니다. 재단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민들의 자산이다. 그리고 문화와 예술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자기완결구조를 갖고 있는 독립적 기관이다. 4년마다 바뀌는 시장의 복심(腹心)에 따라 재단운영의 원칙이 바뀌고, 친(親)시장적 인물들의 전횡에 의해 그 독립성이 훼손된다면 문화재단은 그 존립 근거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최진용 대표이사가 보이고 있는 문화재단의 운영 방식과 지역 문화에 대한 인식은 재단을 독립적인 문화예술 관련 사업을 하는 주체 단위로 보기보다는 인천시 산하기관으로서의 행정집행단위로 보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것은 그 동안 인천민예총과 지역문화예술 활동가들이 고민했던 재단의 독립성과 거버넌스로서의 협력 파트너십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 최진용 대표이사는 지역문화예술인들과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재단 독립에 대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그간의 과정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재단이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는 설립 목표와 전략과제를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불통과 전횡의 결과가 어떠했는가는 박근혜 정권의 몰락과정에서 우리는 명확하게 확인한 바 있지 않은가? 만약 그렇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독불장군식의 운영과 행정을 펼쳐나갈 경우 인천문화예술인들의 전방위적인 저항과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인천민예총은 앞으로 인천문화재단의 전횡과 불통에 대해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인천문화의 자립과 인천문화재단의 독립성 확보, 민주적 운영을 위하여 뜻을 함께 하는 모든 문화예술가들과 끝까지 연대할 것임을 명백하게 밝혀둔다.
2017년 5월 11일
(사)인천민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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