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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한국민예총 신년 이사회(합정 국민티비회의실) 본문

일상

한국민예총 신년 이사회(합정 국민티비회의실)

달빛사랑 2017. 3. 13. 23:00

국민으로부터 거부 당한 정치세력들의 치졸한 몽니들을 방송으로 보면서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했다. 도무지 반성할 줄 모르는 인간 군상들을 바라보는 것은 여간 곤혹스런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낮의 날씨는 그악스런 정치상황과는 무관하게 기온이 제법 오른 따스한 봄날씨였다. 앞으로 몇 번의 꽃샘추위가 더 찾아들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이곳에는 봄 기운이 완연하다. 자연의 시계는 이렇듯 어김이 없어 계절의 들고 남이 빈틈이 없는데 탐욕스런 인간 세상은 온통 모래바람 뿐이구나. 


지난 총회에서 이사회로 이월된 몇 가지 사안을 처리하기 위해 합정역 근처의 국민텔레비전 회의실을 찾아가는 길, 한껏 유순해진 바람이 길을 가는 내내 얼굴을 간질였다. 고속버스 안에서 올 들어 처음으로 에어컨 바람을 만났다. 이제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질 것이고 거리의 나무들은 새순을 내밀 것이다. 이 봄에는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버스에서 내릴 때 어디선가 향긋한 크림빵 냄새가 났다. 한참이나 잊고 있던 그 냄새를 맡는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오늘 새벽, 낯익은 번호가 전화기에 찍혀있었다. 오래 전에 자주 내가 걸었던 전화번호. 그녀는 무엇 때문에 그 새벽에 전화를 걸었던 걸까. 그러나 나는 회신을 하진 않았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의 의미를 갖고 있을 것이다. 가벼운 호기심으로 다시 그것을 오늘로 소환하고 싶지 않았다. 


회의는 그리 길지 않았으나 이사장과 총장, 그리고 다른 지역 이사장들 간의 감정의 골이 불거져 결국 법인 이사장이 사퇴를 선언하고 나가버렸다. 나는 창밖으로 점점 이울고 있는 봄날 오후의 약간은 엷어진 볕을 바라보면서 그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안타깝지도 않았고 긴장할 필요도 없었다. 내가 신경쓰지 않아도 사태는 수습될 것이었다. 이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도 이미 충분하게 예상했던 일이라는 듯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듯 보였다. 누군가 혹은 일군의 무리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때의 모멸스러움과 휑한 마음을 나는 안다. 이사장도 그런 것을 느꼈을까? 가끔은 사람보다 조직을 위해서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그때마다 나는 무척이나 곤혹스럽다. "먼저 가겠습니다." 하고 나가던 이사장의 멋적은 표정이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그것조차도 이사장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일 것이다. 광주이사장을 비롯한 서너 명이 근처 돼지껍데기 구이집에 모여 자리에 없는 사람들을 안주로 술을 마셨다. 다소 피곤한 발걸음을 추스르며 집에 도착하니 10시, 어머님께서 닭백숙을 한 솥 삶아놓으셨다. 저마다 원하는 모습으로 그렇게 봄날은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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