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최원식 선생과의 점심 본문
월요일 김포공항에 내릴 때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인 최원식 선생께서 전화를 주셨다. 점심이나 함께 하자는 것이었다. 제고 선배님이시기도 하고 인천에서 오랜 동안 활동하면서 이러저러한 활동적 도움을 많이 받았던 어른이 직접 전화를 주셔서 무척 반가웠지만 한편으로 무슨 일 때문일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다. 그래서 어제 문학동 법원 근처에서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선생은 소년처럼 웃으시며 나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어오셨다. 뭔가 특별한 일이 있어서 연락한 건 아니시고 그저 후배인 나에게 밥 한 끼를 사주고 싶으셨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내가 문화재단 이사가 되는 바람에 인천작가회의 회장을 그만 두게 되자 그 동안 수고했다는 의미로 연락을 해 오셨던 게 아닌가 싶다. 후배들의 신상에 생긴 변화에 대해 잊지 않고 이렇듯 신경 써 주시는 선생의 마음을 생각하니 마음이 훈훈해졌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며 선생은 "사실 자네가 제고 후배라서 더 많이 챙길 수가 없었어."라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이해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학이나 후배들에 대한 선생의 배려와 관심은 이미 정평이 나 있던 터였다. 6천 원짜리 순대국밥 한 그릇이었지만 그 어떤 식사보다 맛있고 의미있는 식사자리였다. 헤어지면서 "학교 근처로 놀러와. 그리고 글도 열심히 쓰고."라는 말씀도 아울러 해주셨다. 나는 선생의 차문을 닫아주고 이내 도착한 버스에 오르며 '언젠가 선생을 찾아뵙고 뜨거운 정종이라도 한 잔 대접해 드려야겠다'라는 다짐을 했다. 최 선생님은 인천에 몇 남지 않은 어른 중의 한 명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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