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첫눈 내리던 날 본문
비록 쌓이진 않지만...제법 굵은 송이 눈이 내리고 있네요.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는 걸 보면...
아직 나는 완전히 늙어버린 건 아닌가 봐요.
문득 고은 선생의 '눈길'이라는 시가 떠오르는군요.
질풍노도의 겨울 같은 삶을 살다가 어느 날 문득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은
흰 눈을 보며 처음으로 마음의 평화를 느끼는 시인의 마음을
나도 왠지 오늘은 공감할 것도 같습니다.
눈길...고은 作
이제 바라보노라
지난 것이 다 덮여 있는 눈길을
온 겨울을 떠돌고 와
여기 있는 낯선 지역을 바라보노라
나의 마음 속에 처음으로
눈내리는 풍경
세상은 지금 묵념의 가장자리
지나 온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설레이는 평화로서 덮이노라
바라보노라 온갖 것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눈 내리는 하늘은 무엇인가
내리는 눈 사이로
귀 기울어 들리나니 대지(大地)의 고백(告白)
나는 처음으로 귀를 가졌노라
나의 마음은 밖에서는 눈길
안에서는 어둠이노라
온 겨울의 누리 떠돌다가
이제 와 위대한 적막(寂寞)을 지킴으로써
쌓이는 눈더미 앞에
나의 마음은 어둠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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