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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장마는 북상 중 (6-22-토, 종일 비) 본문

일상

장마는 북상 중 (6-22-토, 종일 비)

달빛사랑 2024. 6. 22. 23:46

 

종일 많은 비가 내렸다. 예보에 의하면 아랫녘에서 시작된 장마가 북상 중이라고 한다. 인천 및 수도권에 장마전선이 닿기까지는 일주일쯤 걸릴 듯하다. 다음 주 목요일에서 토요일 사이에는 아마 이곳에도 비가 닿겠지. 내 마음이 부풀어 오르는 시간이다. 나는 머리를 깎아야겠어. 단정한 모습으로 비를 만나고 싶어. 큰 우산을 쓰고 찰방찰방 빗길을 걸어야지. 화가인 재석이의 그림책 작업을 위해 화요일에는 계산동에 가야 하고, 수요일에는 시민연대 일일주점에 매상 올려주러 가야 해. 다음 주도 무척 바쁘군. 하지만 목요일에는 많은 비가 올 것 같군. 그래서 즐겁다.


저녁에는 누나들과 큰 매형을 만나 함께 식사했다. 작은누나가 조직한 식사 자리다. 오디오 전문가인 큰 매형이 작은누나의 낡은 오디오 시스템을 턴테이블부터 CDP, 스피커까지 싹 바꿔주었는데, 그것에 대한 답례로 작은누나가 밥을 사는 자리다. 오랜만에 창대시장까지 걸어가 목살과 삼겹살을 먹었다. 원래 가는 집은 남동구청 맞은편에 있는 고깃집인데, (그리 멀진 않지만) 창대시장까지 걸어간 이유는, 나 원 참! 매형 집에 배달된 전단에 행운권을 가져오면 소주 한 병을 공짜로 준다는 광고가 뜬 거다. 노인네가 소주 한 병에 홀라당 넘어가서 단골 고깃집을 마다하고 ‘곳간 갈비’를 찾았던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훌륭한 선택이었다. 좋았다.

 

일단 고기가(특히 목살이) 무척 부드럽고 맛있었다. 씹을 때마다 육즙이 입안에 가득 고이는, 그야말로 기분 좋은 맛이었다. 그리고 식당 측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손님이 없어 우리가 식당을 독점했다. 한마디로 조용했고 젊은 사장 내외의 서비스도 좋았다. 기본으로 나오는 음식들도 정갈했고, 된장찌개도 푸짐하고 구수했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진 않았다지만, 그래도 그 정도 맛이라면 방문객들을 통해 입소문이 났을 법한데, 어째서 그리 손님이 없었을까 내심 궁금했다. 식당을 나오면서 우리 모두 이구동성으로 “고기 상당히 맛있네. 다음에 또 와야겠어”라며 만족스러워했다는 것.

 

그나저나 큰누나가 볼 때마다 마르고 체력이 약해져서 걱정이다. 오늘 보니 지난번보다 더 말랐더라. 엊그제는 조카(누나에게는 큰딸) 화경이와 목욕갔는데, 엄마의 몸이 너무 말라서 화경이가 울었다고 한다. 오늘도 식사하다 말고 “요즘에는 하늘나라에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는 느낌이야”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 내가 정색하며 “이제 갓 일흔 넘은 양반이 뭔 천국 얘기예요”라며 막 뭐라 했다. 일단 누나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먼저 운동이 필요하다. 건강한 신체가 확보되어야 생각도 건강해지는 법이다. 내 말은 잔소리로 들을 가능성이 농후하니 조카들을 통해서 강권하도록 해야겠다. 작은누나는 나에게 슬쩍 “나중에 보면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더 오래오래 살더라” 했는데, 그 말이 사실이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힘들 때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건 형제밖에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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