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평온했던 하루, 보통의 여름날 (6-23-일, 구름 많음) 본문
일어났다가 또 잤다. 최종적으로 ‘벌떡’ 일어나 매트리스를 정리한 건 10시, 테라스에 나가 이불과 요 커버를 탈탈 털고 청소기를 돌렸다. 자는 사이 작은누나가 가져다 놓은 브리츠 소형 오디오를 책상에 설치하고 음악을 들었다. 덩치는 작았지만, 소리가 짱짱했다. CD는 PC에 연결해서 듣는 것보다 훨씬 음질이 좋았다. 오래간만에 음악감상 길게 했다.❚늦게 일어난 탓에 오늘은 낮잠도 자지 않았다. 웬일인지 피곤하지도 않았다. 하긴 어제 12시 조금 안 돼 잠이 들어서 오늘 아침 7시에 눈 떴다가는 이내 다시 자서 10시에 일어났으니, 잠깐 설친 시간 빼더라도 얼추 9시간은 잔 거다. 피곤할 리가 없는 거지. 어제 냉면과 라면, 저녁에는 목살까지 먹었으므로 오늘은 열량 조절을 위해 점심과 저녁 모두 채소를 많이 먹었다. 하지만 저녁에는 먹다 남은 김치찌개에 뜨거운 밥과 달걀을 넣어 김치죽을 만들어 먹었는데, 열량은 그렇다 치더라도 죽이 혈당 관리에는 좋지 않은 음식이라 내심 찝찝했다. 하지만 밥 먹고 1시간 운동한 후에 혈당을 측정해 보니 정상으로 나왔다. 기분 좋았다.❚어제 본 영상인데, 요즘 핫한 인기 배우 이제훈이 영화 홍보를 위해 유재석의 유튜브 채널 '핑계고'에 출연해서 말하기를, 자신도 혈당 관리를 위해 음식을 조절하고 있다는 거였다. 어랏!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갑자기 그에게 친밀감이 느껴졌다. 딴 세상 사람이 아니라 나와 같은 세상 사람이라는 동질감도 느껴지고……. 그런데 그리 생각하고 나니 조금 우스웠다. 그는 내가 자신에게 친밀감과 동질감을 느끼고 있는지 어떤지 알 턱이 없을 테니. 정서적 오지랖이 넓은 사람은 그 누구와도 쉽게 동질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내가 그렇다. 하지만 생각건대, 허다한 장삼이사들과 내가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해도 (그들에게) 적대감보다는 (적은 부분에서나마) 동질감과 친밀감을 느끼는 게 훨씬 좋은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서로 동질감과 친밀감을 느낀다면 세상은 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아, 다시! 이건 좀 많이 나갔다. 억지스럽다는 거지. 결코 그가 평범 코스프레를 한 건 아니겠지만, 사실 이제훈의 그 평범한 습관에 친밀감, 동질감을 크게 느낀 이유는,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닌, 비범한 인물이었기 때문일 거야. 이런 심리적 역설의 이면에는 변형된 형태의 선민의식, 즉 비범한 사람과 범인을 구별하려는 앙큼하고 촌스러운 계층 의식이 자리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아무튼 오늘은 평범했고, 평온했고, 그래서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하루였지만, 그래도 굳이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좋은 게 더 많았던 하루였어. 고맙지, 뭐. 생각해 보면 세상에는 고마운 것 투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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