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6월 항쟁 37주년 기념일, 익숙한 새벽 앞에서 (6-10-월, 맑음) 본문

얼굴을 마주하며 낯익은, 그러나 마뜩잖은 인사를 주고받은 오늘 같은, 이런 새벽은 익숙하다. 어제와 오늘이 겹친 뫼비우스의 시간을 벗어났을 때, 새벽은 물었다. “무엇 때문에 뒤척이는가?” 질문이 얄미웠다. 새벽은 내 불면의 이유를 모를 리 없었다.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창밖이 환해질 때까지, 휘고 늘어진 시간을 새벽이 장판처럼 돌돌 감으며 노는 걸 끝까지 지켜봤다. 창밖이 환해졌을 때, 비로소 포장이 뜯긴 선물상자 같은 잠이 잠깐 나를 찾아왔다. 80분 지각했다. 생각보다 피곤하진 않다. 무덤덤하다. 익숙함 때문이겠지. 오늘은 6월 민주항쟁 37주년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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