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벌레의 주검 (6-9-일, 맑음) 본문
아침나절 거실 소파 앞에서 바퀴로 보이는 죽은 벌레 한 마리를 발견했다. 어딘가에서 약을 먹고 우리 집에서 죽은 것이겠지. 이미 저항도 도망도 할 수 없는 상태인데도 나는 휴지로 그것을 집어 들며 진저리 쳤다. 죽어서까지 경멸과 기피의 대상이 된다는 건 슬픈 일이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그레고르 잠자는 심지어 깨어(살아) 있는 상태에서 경멸과 기피의 대상이었지. 결국 가족들에게 목숨을 잃고……. 벌레가 되어 비로소 노예와 같은 현실에서 벗어난 그는 행복했을까? 하지만 결국 벌레가 되었기에 그의 누이동생에게 최후를 맞게 되는 거니, 극도의 비극성이라고 해야 하나. 하필 저 벌레는 왜 우리 집에 와서 널브러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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