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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폭식 마루타가 되다 (2-15-목, 종일 비 오다 오후에 갬) 본문

일상

폭식 마루타가 되다 (2-15-목, 종일 비 오다 오후에 갬)

달빛사랑 2024. 2. 15. 23:21

 

속이 메슥거려 잠이 깼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어제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신 탓인 듯했다. 뜨거운 물로 속을 달랜 후, 다시 누워 잠을 잤다. 잠자고 일어나니 속은 편해졌으나 극심한 허기가 밀려왔다. 혈당을 체크하니 70, 저혈당 일보직전이었다. 손발에 힘이 없었다. 서둘러 곰탕면 2개를 끓여서 먹었다. 아점인 셈이었다. 30분 사이클을 타고 꾸벅꾸벅 졸다가 잠이 들어 꼬박 2시간을 잤다. 저녁에는 계란 넣은 신라면 2개와 미역국밥, 채소샐러드를 먹었다. 그리고 밤에는 아이스크림을 다시 한 통 먹었고, TV를 보다가 떡만두라면을 끓여 먹었다. 마치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는 사람처럼 '그래 어디까지 갈 수 있나, 끝까지 가보자고!' 하는 희한한 오기가 맘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왔다. 뭔가에 홀린 것 같았다. 오늘 하루에만 라면 5개를 끓여 먹었고, 아이스크림 한 통, 밥과 국 한 그릇, 떡국떡 한 주먹, 만두 5개, 채소 샐러드 한 접시, 계란 3개를 먹은 것이다. 아마도 4000칼로리 넘게 먹은 것 같다. 운동으로는 고작 1시간 30분, 800~1000칼로리 소비했으니, 3000칼로리는 고스란히 살로 갔을 게 분명하다. 다만, 의사 말로는 내 기초대사량이 높아서 같은 양을 먹어도 다른 사람보다 살이 덜 찌는 체질이라고 한 말을 믿어보는 수밖에. 하지만 폭식에 장사 없다.

 

희한하게 과음한 이튿날은 여지없이 폭식한다. 예전, 그러니까 일주일에 4일 이상 술 마시고 다닐 때 매번 오늘처럼(물론 오늘처럼 4천 칼로리 이상을 먹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라면을 먹거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해장했다. 그게 아마도 당 수치와 뱃살, 혈압, 고지혈, 체중 증가의 원인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거의 끊다시피 했지만, 당시에는 콜라나 사이다도 즐겨마셨다. 작년 6월부터 9월까지 4달 동안, 그 루틴을 끊고 간헐적 단식 및 금주를 해서 12kg을 감량할 수 있었다. 물론 저녁 식사 이후 야식도 전혀 하지 않았다. 다행히 지금도 야식은 거의 하지 않는다. 다만, 일주일에 한 번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도 야식이라면, 지금은 한 달에 4~5번 야식을 먹는 셈이다. 그런데 오늘, 그 한 달 분의 야식 칼로리를 단번에 해치운 것이다. 오늘은 정말 전무후무한 날이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일기를 쓰는 이 순간에도 의문이 든다. 간혹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매운 음식이나 폭식으로 푼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도 혹시 그간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였던 걸까? 뭐, 나라고 해서 스트레스가 없을까마는,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늘 같이 폭식으로 그걸 해소하려는 것은 정말 무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 하루, 마루타가 되었다고 치부하자. 끔찍한 하루였다. 다만, 혹시 내 몸이 오늘의 폭식을 행복한 기억으로 각인해서 끊임없이,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유혹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까 그것이 걱정되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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