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인천민예총 정기 총회 (2-17-토, 흐림) 본문
인천민예총 정기총회가 있었다. 꼭 와야 할 회원들, 이를테면 좀처럼 총회에 빠지지 않던 회원이나 보고를 위해 반드시 참석했어야 할 회원 중 불참한 회원이 더러 있었는데, 정작 참석자는 작년보다 올해가 더 많았다. 아마도 오랜만에 참석한 회원들이 많았기 때문인데, 아마도 정권의 말기적 추태로 인한 예술가들의 분노지수 상승도 참석을 강제한 하나의 요인이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보아 좋았다. 이 말 많고 탈 많은 수상한 시절에 무탈하게 얼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었다.
뒤풀이는 갈매기에서 했는데, 나는 작가회의 회원들인 병걸, 혜영, 병국과 따로 앉아 술 마셨다. 병걸이는 얼마 전 안구 적출 수술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마음이 무척 아팠다. 시각장애인인 병걸은 수년 전부터 안압 상승으로 인한 두통과 집중력 저하로 고생해 왔다. 앞을 보지 못해도 (심지어는 눈을 감고 있어도) 안압이 상승한다는 말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으나 어쨌든 이번 수술로 고통은 많이 줄었다고 한다. 병걸이는 너무도 담담하게 그 사실을 나에게 말했다. 통증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술이었다 하더라도 60년 가까이 함께해 온 신체의 일부분을 분리해 낸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수술대 위에서 만감이 교차했을 병걸이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됐다고 한다. 앞으로 그의 앞날은 늘 환하기만 했으면 좋겠다.
애창곡인 ‘희망가’와 ‘보고 싶은 여인아’를 오랜만에 불러봤다. “노래를 왜 그렇게 잘하세요?” 하는 소리를 여러 사람에게 들었다. 이전에도 자주 내 노래를 들었던 사람조차 그렇게 말했는데, 내가 생각해도 오늘은 다를 때보다 노래를 잘 불렀다. 이유는 모르겠다. 약간 취기가 있을 때 노래 부르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건 경험으로 알고 있는데, 그 때문이었을까? 아무튼 적당한 취기에 반가운 사람들을 보면 노래를 불렀더니 고음도 쉽게 올라가고 감정도 더 잘 잡혔다. 특히 ‘술판 노래’에 관한 나의 지론은 가창력보다는 감정 표현과 분위기(퍼포먼스 포함)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늘 나는 감정과 분위기를 잘 갖고 놀았던 것 같다.
돌아올 때는 일산 사는 이사장이 자기 차로 집 앞까지 태워다주었다. 편하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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