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전형적인 가을, 돌아온 햇살 (10-5-목, 맑음) 본문

❚어젯밤 비 내리고 날씨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아침 출근길, 움츠리고 걷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사무실에 도착해 문을 여니 고맙게도 적당한 온기가 몸을 감쌌다. 일찍 출근한 보운 형이 보일러를 틀어놨기 때문일 것이다. 불과 하루이틀 사이에 갑자기 바뀐 계절의 표정과 만나는 일은, 늘 겪는 일이지만 무척 신기하다.❚그러나 엄마가 생전에 자주 하던 말처럼 아랫 날씨는 차가웠지만 윗 날씨는 좋았다. 비가 잦은 탓에 정말 오랜만에 만난 산뜻한 가을하늘이었다. 너무 좋아 자주 올려다봤다. 바람은 다소 차가웠지만 가을볕은 맑고 따듯했다. 진료받으러 치과 갈 때도 볕이 좋고 바람이 시원해 집에서 치과까지 걸어서 갔다. 여느 때 같았으면 땀이 흠뻑 났을 거다. 다른 사람보다 더위 타는 나로서는 오늘처럼 서늘하면서도 쾌청한 날이 무척 맘에 든다. 치과에서 돌아와 비서실에서 넘어온 '인천학도의용대 노래 복원 사업' 관련 교육청 추천사를 작성해서 넘겼다.❚치과에서는 통증 부위를 레이저로 치료하고 아랫니들은 스케일링을 받았다. 장기간 흡연으로 변색됐던 아랫니들이 원래의 색을 되찾아 산뜻해졌다. 아랫니 중 어금니들은 임플란트 수술 후 얹어놓은 임시치아들인데, 그것들 밑동까지 스케일링을 해주어 혀가 닿는 느낌이 무척 좋아졌다. 다른 날보다 길게 통증 부위를 일일이 체크하고 의치를 손봐서 편안하게 해 준 원장과 오랜 시간 정성스레 스케일링을 해준 치위생사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그들은 응당 해야 할 일을 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인정이 어디 그런가. 불편했던 몸이 편해지면, 설사 그것이 합당한 비용을 치른 당연한 결과라 할지라도 치료해 준 의사에게 고마운 마음이 드는 건 인지상정이다.❚이발했다. 씩씩하고 괄괄한 미용실 원장의 나이가 42살이라는 것도 오늘 알았다. 그녀는 오늘 마치 의식을 치르듯 오랜 시간에 걸쳐 내 머리카락을 자르고 다듬었다. 마음에 든다. 그녀는 커트하다가 말고 "신발 새로 사셨어요?" 하고 물었다. 내가 "아니요. 오래된 신발이에요. 봐요, 밑창 닳았잖아"라고 대답하자 "그런데 왜 이렇게 신발이 깨끗해요? 손님은 수건이나 리모콘도 각 맞춰서 정리해 놓으실 거 같아요. 그쵸? 그럴 거 같아." 하며 자기 혼자 웃었다. 내가 "맞아요. 지저분한 거 못 참는 성격이에요" 했더니, 그럴 줄 알았다며 자기 남편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다시 한번 그녀의 성격을 확인할 수 있는 이발시간이었다. 세상에는 참 별별스러운 사람이 많기도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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