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다시 일상으로! (10-4-수, 종일 흐리고 저녁에 소나기) 본문

일주일 만에 출근하니 낡은 청사와 그것을 둘러싼 우람한 교목(喬木)들, 그리고 주차장에서 묵언수행 중인 승용차들까지 왜 그리도 반가운 건지. 도어록을 해제하고 사무실 문을 여니 익숙한 냄새와 공기가 나를 감쌌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자 모니터 바탕화면 속에서 반가운 표정으로 나를 맞는 젊은 연인들, "안녕, 그동안 잘 있었어?" 안부를 물으며 커피를 끓이고 음악을 틀었다. 복잡했던 마음이 기분 좋게 이완되었다. 고작 일주일 헤어졌다 다시 만난 사물들도 이러할진대, 서로를 그리워하면서도 떨어져 지내다가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야 다시 만나게 된 사람들의 그 애틋한 심정은 얼마나 더 애틋할 것인가.❚보운 형은 연휴 내내 술자리가 많아서 고생했다며 아침부터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염색할 때가 되었는지 그새 흰머리가 많이 보였다. 점심은 오랜만에 혈당 관리의 부담을 잠시 털어버리고 보운 형과 함께 '양평해장국집'에 가서 장터국밥을 먹었다. 얼큰하고 시원한 해장국과 국밥, 정말 그리웠다. 보운 형은 내가 식단 관리를 시작하고부터 자주 혼자 식사하거나 일부러 친구와 약속을 잡곤 했다. 그게 늘 미안했다. 그래서 오늘은 함께 해장국 먹으러 가자고 내가 먼저 제안했다. 비록 흰쌀밥 반 공기는 남겼지만, 그래도 건더기와 반찬, 반 공기의 밥은 맛있게 먹었다. 역시 식사는 함께 해야 더 맛있다.❚퇴근길에 제법 거센 소나기를 만났다. 다행히 집에 얼추 도착했을 때,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해 옷이 젖지는 않았다. "정말 비가 많은 가을이군" 요즘 자주 하는 혼잣말이다. 냉장고를 열었더니 누나가 가져다 놓은 소고기 3팩이 놓여있었다. 비오는 수요일 저녁, 소고기와 함께 엊그제 족발집에서 혁재와 먹다 포장해 온 족발을 함께 먹었다. 소와 돼지가 나의 밥상에서 이렇듯 조우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제 빠른 속도로 가을은 깊어가겠지. 계절만큼 나도 깊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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