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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고 (9-24-일, 맑음) 본문

일상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고 (9-24-일, 맑음)

달빛사랑 2023. 9. 24. 20:01

 

지금 부는 가을바람이 딱 좋다. 내 눈과 귀와 피부가 보고 듣고 느끼는 간헐적 새침함, 약간의 퉁명스러움이 좋다. 너무 친절한 바람은 믿을 수 없다. 한 여름에 찾아와 정만 잔뜩 주고 늦여름의 노을 너머로 말없이 떠나버리는 애인 같다. 아침저녁으로 이불을 끌어당기게 만드는, 그런 정도의 불편함과 새침함이 좋다. 바야흐로 가장 아름다운 계절의 짧은 황금기가 시작되었다. 이 황금의 시간 안에서는 섣불리 마음을 주거나 사랑을 약속하지 말 일이다. 분위기에 취해 지키지 못할 약속을 던지는 이에게는 항상 예정된 상처가 기다리고 있었지. 그냥 보고 듣고 느끼고 즐기면서 지나치면 된다. 짧아진 한낮의 길이로 인해 지레 겁먹은 꽃들 위로 솔솔, 한여름을 견딘 대견한 나의 심장 위로도 솔솔, 나의 그리움과 기다림 위로도 솔솔,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온다. 참 좋구나. 이맘때의 가을, 가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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