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치과 진료, 서두르면 안 되는 일 (9-22-금, 맑음) 본문
참 신기하다. 집에서는 욱신거리며 아프던 잇몸이 치과에 들러 치료 의자에 누우면 얌전해진다. 원장은 매번 “엊그제 괜찮았어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요?” 하고 묻는다. 나는 통증을 과장하는 유치원생처럼 “여기와 여기가 아파요. 밥 먹을 때 고생했어요.”라는 말과 함께 손가락으로 아픈 부위를 콕 집으면, 원장은 “그래요? 알겠어요. 아프지 않게 해드릴게요.” 하며 임시 치아를 빼서 여기저기 손을 본 후 다시 끼워주는데, 그럼 신기하게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때요, 확실히 낫지요?” 물어보면 “네, 아프지 않아요” 착한 어린이처럼 대답하고 아랫니와 윗니를 딱딱 부딪쳐 보는데, 정말 신통방통하게 아프지 않았다. 돌아오는 내내 ‘하, 의술이란 대단해’하며 감탄하게 된다.❚하지만 집에 돌아와 밥을 먹다 보면 다시 또 불쾌한 통증이 느껴진다. 아직 아물지 않은 수술한 상처를 임시 치아가 누르기 때문이다. 잇몸을 강제로 뚫고 그것에 금속의 이물질을 삽입했는데, 어찌 아프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아프지 않은 게 비정상이다. 원장 처지에서도 딜레마일 것이다. 잇몸과 임시 치아(틀니)의 교합력을 높이면 치아를 착용했을 때, 덜걱거리지 않고 안정적인 저작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임시 치아가 수술 부위를 너무 꽉 눌러 잇몸이 아무는 것을 방해하게 된다. 느슨하게 하자니 틀니가 덜걱거리고 압착이 잘 되게 하자니 잇몸이 더디게 아물고, 그야말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사정을 이해하는 나는 원장이 물을 때마다 “괜찮습니다. 참을 만해요”라고 대답한다. 아니 대답해 준다.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시간의 길고 짧음을 현명하게 타산하는 것이 훌륭한 의사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원장을 믿는다. 그녀는 나의 통증 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몸의 통증이든 마음의 통증이든 아물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서두르면 오히려 상처가 더욱 깊어지거나 덧날 수 있다. 치아를 손보면서 오랜 인생의 진리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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