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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모질게 시작한 8월 (08-01-화, 맑음) 본문

일상

모질게 시작한 8월 (08-01-화, 맑음)

달빛사랑 2023. 8. 1. 18:57

 

8월이 시작되자마자 부고를 받았다. 한국작가회의 모임에서 몇 차례 만났고, 페북에서 내내 친구였던 소설가 故 강기희. 죽음이 계절을 가려 우리를 찾진 않겠지만, 정선의 빛나는 풍광과 자신의 혼이 담긴 숲 속 책방을 호젓이 남겨둔 채, 염천에 홀로 먼 길 떠나는 고인의 마음도 편치 않았으리. 헛헛한 마음 추스르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모질게 시작했다. 8월.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도시의 포도 위에선 종일 아지랑이가 일었다.

 

문득 오래된 친구와 그에게 주었던 큰 상처들이 오후 내내 떠올랐다. 그와 나는 절친이었다. 내가 어려울 때 많이 도와주었고 그러는 과정에서 불편한 상황도 그는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태풍 같은 상황이 지나자 그의 호의에 관해 무심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상처를 받았을 게 틀림없다. 

 

얼마 전부터는 어린 조카에게 했던 못된 짓이 자꾸만 떠오른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소름이 돋는다. 너무도 또렷하게 생각나서 나를 고문해 댄다. 부산에서 살던 아이는 할머니집이 그저 낯설었을 뿐일 텐데, 무서웠을 뿐일 텐데, 그래서 울었을 뿐일 텐데, 나는 해서는 안 될 짓을 했다. 어린 조카에게 크나큰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아이는 말 그대로 아이였을 뿐이다. 결국 자폐로 특수시설 들어간 아이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내가 준 상처 때문에 요절한 건 아니겠지만, 그때 그 일이 자꾸만 생각난다. 마치 나 때문에 아이가 아프게 앓다가 죽어간 거라고 자책하게 된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굳이 변명하자면, 나 역시 그때는 용렬한 사춘기 소년이었어. 그러니 용서해 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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