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당신들은 나의 축복이자 행운입니다 (07-29-토, 맑음) 본문
연일 폭염주의보다. 7월의 태양은 오후 2시를 지나면 이성을 잃는다. 먹이를 빼앗긴 열흘 굶은 표범처럼 눈빛에 적의가 가득하다. 나는 운동을 하거나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하며 방안에 칩거했으므로 태양의 광기로부터 비교적 안전했다.
그러는 한편 나는 가는 여름과 새롭게 마주할 상황과 그 상황 속에 놓이게 될 나의 마음에 관해 조용히 생각해 보기 시작했는데, 대체로 나의 능력이나 나의 노력에 비해 과분한 상황이 대부분이며, 따라서 앞으로도 나는 많이 고마워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또한 나도 누군가에게 고마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아울러 들고.
아무튼 요즘에는 사소한 것에도 고마워하고 눈물 나고 그렇다. 희한한 것은 어느 순간 ‘난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집중적으로 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모멸감을 주기보다 오히려 마음을 편하고 순하게 만들어주더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늙은 홀아비에 허리도 부실하고 피부도 늘어지기 시작한 집 없는 60대 할배가 나 아닌가. 자본주의의 왕국에서 살아가기에는 최악의 조건인 거다.
다만 사랑에 관한 한결같은 믿음과 시에 관한 애정을 씨실과 날실을 삼아 올곧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나와 처지가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고, 특히 내 생각과 결이 같은 ‘힘겨운 여정’의 믿음직한 동반자들이 생겨났던 것이고. 그들의 존재는 축복이고 행운이다. 나의 능력만으로 얻을 수 있는 존재와 축복이 아니기 때문에 고맙고놀라운 것이다.
이 사우나 같은 찜통 더위 속에서도 거실의 화초는 또 꽃을 피웠다. 꽃대를 내려뜨리고 있어서 오늘에야 보았다. 혼자 사는 집에서 나 말고도 또 다른 생명이 꽃을 피운다는 일은 얼마나 경이롭고 고마운 일인가. 꽃대를 들어 조명에 걸쳐놓으며 맘속으로 부탁한다. “꽃아, 너도 만약 내가 혼자 환하게 피어보려고 발버둥 치거나 삶에 지쳐 힘들어할 때 오늘처럼 이렇듯 꽃을 단 가지를 나에게 보여주길 바라.” 세상 곳곳 분주하지 않은 곳, 치열하지 않은 삶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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