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당뇨망막병증 검사 (07-25-화, 종일 흐림) 본문
오전, 당뇨 환자가 필연적으로 앓게 된다는 당뇨망막병증 검사를 하기 위해 늘 다니던 안과에 들렀다. 시력 검사(교정시력, 좌우 1.0, 0.9)를 비롯한 기본 검사를 마치고 안압 검사와 망막 단층촬영을 진행했다. 잠시 대기하고 있다가 의사를 만났다. 진찰실로 들어가자 나의 망막 사진을 보고 있던 의사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혀 문제가 없어요. 그리고 연세가 있으시니 증상이 없어도 서너 달에 한 번씩 이렇게 나오셔서 진료받으세요.” 했다. 내가 보기에도 모니터에 나타난 나의 망막은 너무도 깨끗했다. 다행이었다.
안과를 간 김에 지난번 제거한 각막의 작은 물집이 다시 생겼다고 하니, 담당 의사는 시력이나 건강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신경이 쓰인다면 다시 터뜨려주겠다고 했다. 나는 반색하며 “거울 볼 때마다 신경 쓰여요. 터뜨려주세요.” 했다. 이후 간단하게 처치한 후, 의사는 모니터로 확대된 시술 부위를 보여주며 “어때요. 깨끗해졌지요?” 하며 웃었다. 정말 깨끗해졌다. 마음마저 개운했다. 예정에 없던 소득이었다. 일단 발품을 팔고 봐야 뭔가를 얻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아무튼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3달 전 혈액검사에서 당화혈색소 수치가 높게 나오는 바람에 당뇨 환자 코스프레를 제대로 하고 있다. 만사 불여튼튼, 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다고 본다. 만약 지난 검사에서 특별한 게 없다고 나왔으면 나는 지금도 여전히 탄수화물과 알코올 범벅의 일상을 살았을 게 뻔하다. 오히려 치명적이지 않을 정도의, 그야말로 살짝 겁을 주는 정도의 위험수치가 오히려 나에게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덕분에 체중도 감량할 수 있었고, 건강에 관한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약국에 들러 안약을 산 후, 집에 와서 점심을 먹었다. 식단은 올리브유로 구운 토마토(중), 마늘, 양파, 브로콜리, 삶은 달걀, 잡곡밥 ⅓공기, 삶은 양배추, 키위 2조각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1시쯤 사무실에 출근해서 6시까지 일하고 돌아왔다. 수~금 중 아무 때나 3시간만 더 근무하면 된다. 뭔가 다채롭게 활용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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