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저무는 가을의 흔한 하루 (11-08-火, 맑았다 흐리고, 비) 본문
퇴근합니다. 시효 지난 하루 분의 욕망은 주머니 속에 구겨 넣고, 중년의 쓸쓸함은 차곡차곡 접어서 백팩 속에 넣어 두고, 내 몫의 어둠을 향해 눈인사를 보냅니다. 나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이 늙은 도시도 밤이 되면 나처럼 낮과 다른 얼굴이 된다는 것에 안심합니다. 자, 그럼 모두 안녕! 오늘 하루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어제는 퇴근길에 혁재를 불러내서 술을 마셨습니다. 몇 가지 복잡한 일을 처리하고 나면 늘 술이 당깁니다. 심지어는 맑았던 날씨가 갑자기 어두워지며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이 변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런 날은 쉽사리 귀가할 수 없는 알이지요. 전화했을 때, 마침 혁재는 집에 있었습니다. 한 시간쯤 필요하다고 해서 사무실에 있다가 시간에 맞춰 나갔습니다. 내가 도착하고 10여 분 후에 혁재가 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술이 당기기도 했고, 사랑하는 혁재가 앞에 있는데도 오늘따라 왜 그렇게 술이 부담스러운 건지...... 안주로 나온 굴 무침도 그렇고 서비스로 준 깍두기 삶은 것도 그렇게 입에서 당기질 않더군요. 그러다 보니 쉽게 취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니 취한다기보다는 속이 거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 마신 술 중에 가장 맛없는 술이었습니다. 좋은 사람과 함께 마시는데 술이 불편한 경우는 보 다보다 처음입니다. 다행히 오랜만에 독서실 사장 성재가 갈매기에 나타나 술이 부족한 혁재를 성재에게 맡기고(?) 먼저 나왔습니다. 전철 타러 가기 싫어서 순복음교회 앞에서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 안에서 속이 메슥거려 혼났습니다.
휴대하고 다닐 새 노트북을 구매했습니다. 현재 나에게는 애플 ios 기반 맥북과 태블릿인 아이패드가 있고, 윈도(window) 노트북인 그램 13과 역시 태블릿인 삼성 갤럭시 북(10.4인치), 조립형 데스크톱 등 서너 대의 컴퓨터가 있습니다. 레노버 노트북도 있었으나 그건 혁재를 주었지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시 LG그램 16을 구매한 이유는, (충동구매자들의 흔한 변명 같지만) 뭔가 집필 조건을 개선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맥북은 여전히 환상적인 그래픽과 편의성을 제공하는, 정말 맘에 드는 랩탑이지만, 호환성이라는 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지요. 그래서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서는 (이를테면 은행업무, 관공서 업무를 보고, PT 등을 수월하게 제작하기 위해서는) 윈도 노트북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무게도 가볍고 성능도 좋은 그램 13을 이미 가지고 있는데, 굳이 또 그램을 구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노안의 눈으로 보기에는 그램 13의 화면이 너무 작습니다. 그리고 그램 13은 이미 여러 대의 외부 모니터를 연결하여 동영상을 보거나 문서 편집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들이 쓰던 조립형 데스크톱은 (당시에는 사양이 무척 높은 것이었지만) 오래되어서 유튜브나 영화를 보거나 간단한 글을 쓰는 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일단 부팅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게다가 들고 다닐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이번에 화면도 크고 램 용량도 넉넉하지만 무게는 고작 1.1kg인 그램 16인치 모델을 구매하게 된 것입니다. 가격은, 휴! 엘지가 미쳤어요. 최신 제품인 12세대는 언감생심 엄두가 안 나서 11세대 i5에 16기가 램, 512기가 SSD 모델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쿠팡 할인가격은 153만 원, 여기서 로켓 와우 회원 할인가 8만 원을 뺀 145만 원을 지불했습니다. 부담스러운 가격이긴 하지만 큰맘 먹고 질렀습니다. 다른 것에 돈을 쓰지 않으니 집필을 위한 장비에는 좀 써도 되지 않겠느냐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습니다. 합리화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요.
아무튼 이번에 구입한 그램 16은 일단 화면이 커서 눈이 시원합니다. 해상도도 QHD(2K) 수준이라 한글 타이핑할 때 글자가 또렷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블랙 색상입니다. 그램의 시그니처 색상인 스노 화이트는, 처음에는 무척 예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염과 변색이 심하고 흠집이 잘 나, 어느 순간 싸구려 느낌이 납니다. 이번에 다행히 옵시디안 블랙 색상이 출시되어 갈등을 줄여주었지요. 당분간 술값을 줄여서 (마음대로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출을 커버할 생각입니다. 최소 3년, 잘 관리한다면 5년까지도 사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만, 워낙 전자제품의 업그레이드 속도가 빨라서……. 하지만 내가 주로 하는 작업이 문서작성과 편집이라서 랩탑에 크게 부담 줄 일은 없습니다. 그러니 5년, 아니 그 이상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 것이지요. 맥북은 집에서, 그램 16은 외부에서 주로 사용하고, pdf 편집은 아이패드로, 영상 감상은 그램 13과 데스크톱으로, 윈도 태블릿인 갤럭시 북은 주방이나 거실에서 일할 때 들고 다니며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보는 용도로 사용할 생각입니다. 삼성갤럭시북2 프로를 구매할 걸 그랬나 잠시 갈등하기도 했지만, 이왕 구매한 거, (그리고 그 제품은 너무 비싸다. Free dos인데도 가격이 150만 원대이니, 윈도 11까지 구입하게 된다면 17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알뜰하게 효용가치를 뽑아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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