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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건강 검진 (11-05-土, 맑음) 본문

일상

건강 검진 (11-05-土, 맑음)

달빛사랑 2022. 11. 5. 00:58

 

늘 다니는 선배의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더니 그 과정이 무척 간단했습니다. 숭의동 건강증진센터에서 받을 때에는 1층에서 4층까지 오르내리며 뭔가 부산하게 진행했던 것 같은데, 오늘은 위 수면 내시경까지 포함해서 50분 만에 모든 과정이 끝났습니다. 간단해서 좋긴 했지만 뭔가 정식이 아닌 약식으로 검사를 진행한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빼먹은 건 없었어요. 결국 큰 병원은 진료 과목마다 진찰실 위치가 다르고 검사받는 사람도 많아 이동하거나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던 것이지요.

 

9시 20분쯤 병원에 도착했는데, 제일 먼저 혈압과 신장, 몸무게, 시력을 측정했고, 소변검사와 청력검사, 질문지에 체크하는 방식으로 우울증 검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자리를 옮겨 흉부 엑스레이를 찍은 후, 위 수면 내시경 검사를 위해 주사실로 이동해 알 수 없는 액체를 한 컵 마셨고, 엉덩이 주사를 맞았습니다. 위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는 마취가 덜 되었는지 내시경이 목으로 들어갈 때 헛구역질을 서너 번 했습니다. 위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 작은 링거를 한 병 맞는데, 그때 채혈도 한 것 같더군요. 그렇게 하겠다는 간호사 말만 들었을 뿐이지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피검사를 통해 간과 내분비 계통을, (사전에 제출한) 분변 키트를 통해 대장의 이상 유무를 검사하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검사 항목을 하나하나 헤아려보니 큰 병원과 다를 게 없었습니다. 다만 치과 검사와 대장 내시경은 전문 분야도 아니고 장비도 없어서 (검사를 원할 경우) 다른 병원에서 받아야 했습니다.  내시경 검사 결과는 이내 나왔습니다. 원장실에 들어가 내시경 카메라로 촬영한 위 내부 사진을 보며 의사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위장에는 특별한 이상은 없었습니다. 다만 서너 군데 작은 염증이 있어서 그와 관련한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간과 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음주와 흡연을 모두 하는 사람이다 보니 그게 제일 걱정입니다.

 

약국에서 약을 받은 후 근처 마트에 들러 장을 봤습니다. 그때 H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주말인데도 할 일이 밀려 사무실에 나가야 한다며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날, 저는 일하러 가요.”라며 투정을 부렸습니다. 나는 에고, 안쓰러워라. 주말에도 일하다니…. 하지만 이왕 나가게 된 거 스트레스받지 말고 좋은 마음으로 일하길 바라.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연락하고” 했더니 저 스트레스 안 받아요. 아니 안 받으려고 해요. 그리고 위내시경 검사 후에 순대는 안 좋아요.”라고 했습니다. 내가 내시경 검사 후 회복실에서 보낸 문자를 기억하고 그렇게 말한 것일 겁니다. 참고할게라고 대답했지만, 결국 나는 마트에서 순대를 샀습니다. 찰순대였어요. 그리고 냉면 육수와 만두, 갈아놓은 마늘과 곰탕  5팩, 두부와 콩나물, 버섯과 풋고추, 국수와 어묵, 떡국떡, 칼국수(면발) 등도 구매했습니다. 카트가 없어 오늘은 배달을 부탁했습니다. 내가 집에 도착하고 10분쯤 지나서 바로 도착하더군요. 사온 부식들을 냉장고에 정리한 후, 순대를 삶고 된장찌개를 끓여 아침 겸 점심을 먹었습니다. 

 

날이 제법 추워졌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어수선합니다. 다변에 오지랖 넓은 후배 J는 오후에 전화를 걸어 나의 정치 성향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펼치다 결국 나에게 지청구를 먹었습니다. 아무리 민주당이 싫어도 그렇지, 윤을 두둔하다니, 후배가 순간적으로 분별력을 잃었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안 그랬지만, 사실 요즘 나에게는 특별한 정치색이 없습니다. 여와 야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거든요. 다만 나는 상식을 벗어나거나 국민에게 거짓말하는 정치세력들을 미워하는, 그야말로 평면적인(1차원적이라 할 수 있는) 정치적 태도를 지니고 있을 뿐입니다.

 

취임한 지 5개월째 접어든 윤은 현재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자업자득이지요. 사람들이 그를 미워한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나의 일차원적인 정치 감각으로도 그는 참 많은 실수를 하고 있습니다. 국정의 운영을 마치 동아리 회장처럼 하고 있거든요. 그 동아리는 물론 검찰 동아리겠지만...... 그는 자신의 능력으로는 감히 감당할 수 없는 너무 큰 권력을, 길가에서 동전 줍듯 거머쥐게 된 겁니다. 그러니 위기는 필연적일 수밖에요. 원칙도 없고, 전망도 없고, 그저 검사 시절의 위압적인 모습을 올곧음이라고 착각하는, 빗나간 선민의식으로만 똘똘 뭉친 그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 4년을 국민은 계속 분노하고, 가슴을 치고, 허탈해하고, 모멸스러워하고, 슬퍼하게 되겠지요. 신중하지 못한 선택의 결과가 얼마나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지 절실하게 깨닫는 과정이겠지요. 시간은 지금도 어김없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 국민에게 거짓말하는 권력의 종말이란 뻔하다는 것, 이 흔들리지 않는 사실과 역사의 교훈으로부터 그나마 위안을 받고 있습니다만, 거지 같은 세월아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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