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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진격의 월요일! (11-07-月, 맑았다 흐리고 잠깐 비 내림) 본문

일상

진격의 월요일! (11-07-月, 맑았다 흐리고 잠깐 비 내림)

달빛사랑 2022. 11. 7. 00:21

 

입동(立冬)으로 시작하는 이번 주도 무척 바쁠 예정입니다. 일단 나는 자주 그리움의 옷을 입는, 짓궂은 미련을 떨쳐버리고 한결같은 평정심으로 한 주를 살아보려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더디게 찾아오는 시를 향해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 볼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여행(이라기보다는 방황에 가까울 게 분명한)은 유쾌한 피곤함을 동반하겠지요. 기다리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들 말을 하는데, 그렇다면 얻고 싶은 걸 마음에서 지운다면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걸까요? 사실 기다림은 제게 익숙합니다. 물론 모든 기다림이 아름다운 건 아니겠지요. 기다림에도 자세가 중요합니다. 눈을 기다리다 비를 만나도 고마워하는 그런 자세가 필요한 것이지요. 아무튼 월요일에는 늘 새로운 의지가 생겨납니다. 의지가 반드시 욕망하는 결과물을 보장하는 건 아니겠지만, 새로 시작하는 한 주의 첫날은 늘 다양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부풉니다. 뭐 특별한 일 없이 또 한 주를 보낼 수도 있겠지요. 이제껏 대개는 그러했거든요. 그래도 한 달에 너덧 번, 뭔가를 매듭짓고 새로 시작하는 기분을 느껴보는 것도 나름 쏠쏠한 재미가 있더라고요. 가령 “음, 이번 주에는 뭔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 펼쳐질 것 같군.” 하고 생각해 보는 거예요. 비비디 바비디 부! 어려운 일 아니잖아요?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모두가 힘들잖아요'라는 노랫말을 생각하며 시작하는 진격의 월요일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가족 이야기를 다룬 영화였는데, 영화 속 인물들의 대화와 연기가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영화가 아니라 현실 가족의 이야기를 다큐로 찍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고레에다 감독을 명장이라고 하나 봅니다. 물론 감독의 의도를 간파하고 연기로써 영화를 완성하는 건 배우들이지요. 그런 면에서 배우들의 연기 또한 탁월했습니다.

고레에다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서 집요하게 던지는 질문은 ‘과연 가족은 완벽하게 서로를 이해하고 언제나 서로를 따뜻하게 품어줄 관계의 요람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영화는 그 질문에 의문을 갖도록 끊임없이 관객에게 요구합니다. 어쩌면 가장 이기적이고 가장 잔인하며 가장 집요하게 상처를 건드리는 모진 관계가 가족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모습조차 가족이니까 침묵하고 가족이니까 이해해야 한다는 걸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것이지요. 제목처럼 ‘걸어도 걸어도’ 결코 다다를 수 없는 게 가족 관계의 본질이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설사 늦게나마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을 때는 이미 그 마음을 표현할 대상은 지상에 없습니다. 걸어 걸어 마침내 도착하고 보면 이미 늦어버린 관계, 그래서 회한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관계, 그것이 가족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답답하고 복잡한 관계가 한 세대를 지나서 다시 또 되풀이되는 게 삶이라는 말을 감독을 하고 싶었던 걸까요. 이런 종류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영화였지만, 나에게는 무척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재미도 있었고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중 ‘태풍이 지나가고’를 오래전에 봤는데, 이 영화는 ‘태풍이 지나가고’의 전편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시간 날 때 다시 한번 꼼꼼하게 감상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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