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내 그리움의 끝은 당신입니다 (10-11-火, 맑음) 본문

일상

내 그리움의 끝은 당신입니다 (10-11-火, 맑음)

달빛사랑 2022. 10. 11. 03:16

 

새벽운동을 마치고 센터에서 나왔을 때, 아, 막 떠오른 아침 햇살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뭔가 오늘 하루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습니다. 요 며칠 비가 내려 해를 볼 수 없었기에 더욱 그 빛나던 햇살이 좋았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나갈 때는 어두워 보이지 않던, 창가 그 자리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엄마의 접란은 맹렬하게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어제 작은 방을 청소할 때, 문득 엄마가 생각났습니다. 보일러가 돌아가 적당한 훈기로 가득한 그 방에서 한참을 엄마 생각하며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다 일어나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하고, 행거에 걸려있던 옷들을 정리하며 하염없는 그리움에서 간신히 벗어났습니다. 내 그리움의 끝은 항상 엄마입니다. 오늘 눈 시린 가을햇살을 보며 다시 또 엄마를 생각했습니다. 오늘처럼 햇살이 맑은 날이면 말없이 창밖을 내다보던 엄마의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물론 내 그리움은 햇살 한 줌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습니다. 익숙한 사물의 완고한 표정들에도, 낯선 곳에서 바라보는 달과 별에도, 늘 다니던 길에서 만난 작은 변화둘에도 나의 그리움은 머물다 가곤 합니다. 그리고 당신, 이 가을 나의 그리움은 당신에게도 자주 머물게 될 것 같은 예감입니다. 

 

좀 벅찬 기분이 되어 사무실에 출근했습니다. 북향의 사무실은 생각보다 춥습니다. 올 들어 처음으로 난방기를 켜자 사무실은 이내 훈훈해졌습니다. 켜면 묵묵히 주변을 훈훈하게 만들어 주는 난방기처럼 나도 누군가의 스산한 마음과 끝 모를 외로움을 소리 없이 달래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꼭 월요일 같은 화요일입니다. 짧은 가을의 소중한 시간을 아껴쓰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나저나 혁재는 동화마을에서 편한 잠을 잤는지 모르겠습니다. 꿈속을 몇 차례 다녀간 것 같은데, 도무지 꿈의 전모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얼마 전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산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제 혁재는 산이와 술 마시며 가을밤을 지샜을 겁니다.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혁재가 있었으니 산이도 조금은 덜 쓸쓸한 가을밤을 보냈겠지요. 사방에 이렇듯 지극한 그리움들이 지천이니, 올 가을에 비가 유독 많았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나 봅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