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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보내는 마음이나 떠나는 마음이나 (8-30-火, rain) 본문

일상

보내는 마음이나 떠나는 마음이나 (8-30-火, rain)

달빛사랑 2022. 8. 30. 00:43

 

종일 비 내렸다. '가는 여름이 흘리는 눈물인가'라고 생각했다가 피식 웃었다. 시인의 머릿속에서 나온 말 치고는 '가을을 재촉하는 비' 만큼이나 진부한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눈물이라니, 이건 가는 계절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물론 나는 여름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여름은 나의 치명적인 약점을 집요하게 괴롭히기 때문이다. 여름이 나에게만 특별한 악의를 품었을 리는 만무하다. 단지 나와 맞지 않을 뿐이고 그것은 여름의 책임도 아니다. 그래서 좋아하지 않을 뿐이지 미워하지는 않는다. 여름이 없다면 봄의 화사함도 가을의 풍요와 겨울의 고적함도 빛을 잃는다. 여름이 있어야 온전히 4계절이다. 여름은 그저 제 몫을 할 뿐이고 몫을 다한 여름은 가을에 그 자리를 넘겨줄 뿐이다. 그러니 내가 견디기 힘든 계절이었다고 떠나는 여름의 등 뒤에서 투덜대거나 종주먹을 쥐는 건 시인의 마음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침저녁으로 소슬한 바람은 불고, 성질 급한 가을의 선발대는 처진 여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까불대고 있어 여름은 잔뜩 풀 죽어 있는데, 기어이 가는 여름을 유령 취급할 수는 없지 않은가. 사실 나는 8월생 사자자리, 한여름에 태어난 내가 여름과 인연이 있을 것도 같은데...... 아무튼 지금은 가는 여름이나 보내는 나나 드문 경우지만, 완벽하게 교감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여 나는 여름을 희화화 하지 않을 생각이다. 진부한 표현으로 여름을 기억하는 불성실한 시인은 더욱 되고 싶지 않다. 이 비 그치면 가을은 여름의 흔적들을 더욱 빠르게 지울 것이다. 여름이 완전히 물러가고 난 후, 비로소 가을의 세작인 나의 임무도 끝이 나겠지. 아직도 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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