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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비 내리는 토요일, 후배들과 낮술 본문

일상

비 내리는 토요일, 후배들과 낮술

달빛사랑 2021. 7. 3. 00:25

 

후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연락을 해 온 게 아니라면, 나는 외출하지 않았을 것이다. 주말 오후, 게다가 이번 주 수요일, 일주일 분의 술을 이미 다 마신 상태라서 술 한잔하자는 제안이 반갑지 않았다. “우리 집에 와 주실래요?”라는 말을 듣고 한참을 망설인 건 그 때문이다. 그는 정말 오랜만에 전화했다. 그래서 거절하지 못했다. 격조함이 컸고, 그 격조함을 모른 체하는 건 그를 민망하게 하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코로나 감염이 걱정되면 회를 떠 와 집에서 마시면 되지 않겠느냐며 간절히 말할 때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두 시쯤 제물포역 앞에서 후배를 만났다. 횟집에 들러 광어와 물회를 주문했다. 술과 기본 안주는 후배의 집 앞에서 내가 샀다. 술과 안주를 사 들고 전셋집 대문을 여는 순간,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예정된 장맛비였다. 쉽게 사윌 것 같지 않은 비였다. 이왕 외출한 이상, 비를 만나니 가슴이 간질간질했다. 후배의 집은 생각보다 널찍했다.  강강한 그의 모친이 손수 얻어준 집이니 허접하진 않을 거라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내 혼자 사는 집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집안에 가득했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냄새는 아닐 것이다. 냄새에는 그 사람의 삶이 응축되어 있는 법이다. 불쾌하다가보다 익숙했다. 연민하진 않았다. 누군가 나의 방에서 그와 비슷한 냄새를 맡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오랜만에 만난 후배는 무척 많은 말을 했다. 나는 맥주에 소주를 섞어 천천히 들이키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한참을 이야기한 후 마지막에는 꼭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질문을 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상대를 자신의 이야기 속에 스며들게 만들었다. 그는 또 이야기 하는 사이마다 “형, 아무개도 부를까요?”라고 물어보곤 했다. 나는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결국 후배 근직이가 불려왔고, 집을 나서면서 연락해 두었던 혁재가 합류했다. 근직이나 혁재나 보고 싶었던 후배들이라서 무척 반가웠지만, 그들이 도착했을 때 나는 이미 일어서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혁재는 전작이 있었는지 조금 취해 있었다. 6시쯤, 할 일이 있다며 먼저 일어서는 근직이를 따라 나도 일어났다. 혁재만 남겨놓고 오기가 미안했지만, 취하기 전에 일어서는 게 내 술버릇이라는 걸 혁재도 알고 있을 것이다. 역 앞에서 23번 버스를 타고 시민공원까지 온 후, 전철로 갈아탔다. 집에 도착하니 7시, 뜻밖의 낮술이었다. 불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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