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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힘내라, 게으름뱅이! 본문

일상

힘내라, 게으름뱅이!

달빛사랑 2021. 7. 2. 00:24

 

이곳저곳에서 부탁받은 교정과 윤문이 밀려 있었고, 재단 연구 용역 심사도 봐야 해서, 결국 문학상 응모 하나를 하지 못했다. 물론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또 안 되란 법도 없는 것이어서 긴 호흡을 가지고 준비했다면 충분히 마감을 지킬 수 있었을 텐데, 게으름피우다가 시간을 놓쳤다. 솔직히 상금이 탐나 응모를 생각한 것이라서 큰 아쉬움은 없다. 돈과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절차에 따라 준비하고 시간에 맞춰 응모를 마쳤으면 아쉬움이 덜 할 텐데, 순전히 게으름피우다 시간을 놓친 거라서 다소의 아쉬움은 남는다.

 

최근 갑자기 일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공모는 이미 두어 달 전에 공지가 이루어진 것,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내 작업 스타일이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지 못하는 건 사실이지만, 시간 활용에 확실히 문제가 있다. 집에 있으면 자꾸만 영화를 보거나 유튜브를 보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 대충 살고 있는지는 나 자신에게 물어보면 될 일이다. 소모적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건 거의 확실하다. 반성이 관성이 될까 걱정도 된다.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면서도 시정하지 못하는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다. 반성도 관성이 될까 봐 두렵다.

 

게다가 지금은 우기(雨期), 마음이 또 요동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나에게는 돌봄이 필요한 시(詩)들이 있고, 부탁받은 업무도 있다. 직장인으로서 교육청 일도 깔끔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 어느덧 우기의 복판에 들어와 있다. 비 내리는 날의 쓸쓸한 정서에 마음을 빼앗기곤 했기에 우기가 되면 걱정이 앞선다. 그것이 시인의 소중한 감성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기후 변화에 정서의 변화가 수반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감성(感性)이 싸구려 감상(感傷)으로 전락한다면, 비는 내 상상의 정원이 아니라 정서의 무덤이다. 명증한 의식을 갉아먹는 개미지옥이다. 두렵지 않은가.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지만..... 위의 생각은 바람일 뿐이고, 나는 분명 싸구려 감상과 소중한 감성의 경계에서 헤매게 될 게 분명하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흐트러진 감상에 제법 내성이 있다. 문득 정서적으로 까라져 저 대책 없는 싸구려 감상의 밑바닥까지 내려갔을 때조차 그것을 의미 있는 상상력으로 복원해 낸 이력이 있다. 그 힘을 믿는다. 우기를 거부할 생각이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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