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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그 꽃의 이름을 아직도 나는 모른다 본문

일상

그 꽃의 이름을 아직도 나는 모른다

달빛사랑 2021. 6. 29. 00:38

 

종일 죽은 이의 사람을 추체험했다. 그의 삶의 어느 순간, 어느 곳에선 내 모습도 잠시 보였다. 그때 나는 그에게 다소 불친절했다. 화를 내지 못하는 부드러운 성정의 그에게 나는 위악스러웠다. 그때 나의 삶도 불안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사람에 대한 실망감이 반사적으로 나를 위악스럽게 만들었다. 나로서는 발끈 성을 내며 센 척하는 것이 나름의 방어법이었다고 생각한다. 더욱 그악스러운 모습을 보일수록 내면의 두려움이 컸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삶은 아름다웠다. 그가 병상에서 숨을 거두며 그의 아내와 딸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재미있었어"였다고 한다. 아내가 정리한 글에서 그 부분을 읽는 순간 많이 부끄러웠다. 

 

몇 번을 마주쳤지만, 나는 그 꽃 이름을 모른다. 단골술집 화장실 가는 길에 피어있던 꽃, 빨간 꽃잎은 볼 때마다 강렬한 느낌을 받긴 했지만, 나는 여전히 그 꽃 이름을 알지 못한다. 알려고 했다면 쉽게 알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아마 오래전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그런 방식으로 잊혔을지도 모른다. 내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나의 이름조차 묻지 않는 것, 그 사람에게서 내 이름이 단 한 번도 불리지 못한다는 것, 서글픈 일이다. 다음에 다시 그 빨간 꽃을 보게 된다면 반드시 이름을 물어볼 작정이다. 강렬한 느낌 때문에 시선이 머문 꽃의 이름을 물어보는 건 꽃에 대한 예의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대선을 앞둔 얼치기 정치꾼들이 몸값을 높이려고 안간힘 중이다. 검찰총장 출신도 감사원장 출신도 저마다 내세우는 출마의 변은 민주주의와 국민을 위하기 때문이라는데, 정작 국민은 그 하류 정치꾼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다. 정치적 실리에 따른 이합집산이 곧 시작되겠지. 낡은 정치인도 파렴치한 정치인도 그야말로 깜냥도 안 되는 정치인도 저마다 침을 튀기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외친다.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꼭두각시들과 어릿광대들의 난장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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