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입관 (2021-01-9, 토, 맑음) 본문
오후 세 시, 입관식을 했다. 염습이 끝난 엄마의 얼굴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엄마의 시신을 보자 누나와 동생, 수현이는 오열했다. 나는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수습을 했기 때문인지 눈물이 나긴 했지만 버틸 만했다. 아들은 할머니의 얼굴을 끌어안고, “할머니, 내가 할머니의 손자로 살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할머니와 함께 한 시간은 너무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하며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아들이 오열하는 모습을 보자 그때 나도 눈물이 났다. 하지만 “그만들 울어. 엄마, 할머니는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계실 거야. 평생 스스로 하신 기도대로 하늘나라 가셨으니 기쁜 일이잖아.” 하며 어깨를 감싸 안아주었다. 베옷으로 몸을 감쌀 때 가족들은 다시 한번 오열했다. 관의 여백을 스티로폼으로 보공(補空)하고 뚜껑을 닫은 후 염습 직원은 나를 불러 관의 앞과 뒷면에 유성 매직으로 엄마의 이름을 적으라고 하였다. 그리고 안치실 열쇠를 건네주었다. 그렇게 입관은 끝났다.
어제보다 훨씬 많은 조문객이 다녀갔다. 식당 도우미 아주머니는 “근래 여러 장례식장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많은 분이 다녀가는 빈소는 처음이에요. 상주님이 발이 넓으신 모양이에요.”라고 했다. 엄마에게 면이 서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 화환도 25개나 들어왔다. 제물포고와 연세대로부터 조기와 화환이 도착했고 내가 가입한 단체에서도 조기와 화환을 보내왔다. 인천시장과 교육감 그리고 국회의원 친구로부터도 조기가 도착했다. 장례식장의 조기와 화환은 단순한 치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다고 뻐길 것도 없지만 고인의 마지막 길을 위로하거나 축복해주는 그것들을 치레일 뿐이라고 폄훼할 이유도 없다. 아들의 사회생활의 이력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엄마도 하늘에서 뿌듯해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새벽에 담배 피우러 나간 주차장 하늘 위에서 눈썹달을 만났다. 서정주의 시 ‘동천(冬天)’이 문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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