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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복지리탕을 먹다 본문

일상

복지리탕을 먹다

달빛사랑 2020. 10. 27. 13:24

 

출근하지 않는 날이었지만 소통협력관실에서 보좌관들에게 점심을 대접하겠다는 연락을 해와 11시쯤 교육청에 도착했다. 보좌관 6명 소통협력관실 실장, 주무관, 교육청 대변인 등 9명이 복요리 전문 식당에 가서 복어탕을 먹었다. 식당은 교육청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도착해 보니 오래전에 (시립극단 수석배우) 후배 강 모가 복어탕을 맛있게 하는 집이라며 데려왔던 집이었다. 음식은 정갈하고 맛은 담백했다. 일본 초밥집 주방장처럼 머리에 수건을 질끈 동여맨 주방장이자 사장은 몰려드는 손님을 맞느라 정신없었다. 스피커에서는 복어요릿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8~90년대 발라드 팝이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음식은 깔끔하고 맛은 담백했다. 전날 과음한 보좌관 몇몇이 국물을 마시며 “어, 시원하다”를 연발했다. 12시가 되기도 전에 식당은 만석이었다.

 

복어탕이 시원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 시원함은 미나리와 콩나물 등의 채소와 민어, 대구, 북어, 황태 등으로도 낼 수 있는 맛이다. 복어탕만의 확실한 특장점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아직은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복어, 복어”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서민들이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없는 음식이기 때문일까. 가격은 또 왜 그렇게 비싼 건지. 누군가 사줘서 먹긴 하지만, 내가 내 돈 주고 찾아다니며 먹고 싶은 생각은 없다. 습자지처럼 얇게 뜨는 복어회가 무척 별미라는 말을 듣긴 했다. 회를 좋아하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복어회는 한번 먹어보고 싶다.


1시에는 교육청 맞은편에 있는 YWCA 직영 카페에서 회고록 의뢰인인 조 모 전 부시장을 만나 회고록 출간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욕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에요.”라고 부드럽고 겸손하게 말을 하지만 듣다 보면 욕망이 쉽게 읽히는 희한한 성정의 정치행정가란 생각이 든다. 자신이 보충하고 싶은 내용이라며 USB를 전해줬다. 그것을 받아 맥북에 저장하고 내용과 목차를 잠깐 같이 살펴봤다. 현 시장과 정치적 입장이 달라서 그런지 회고록 내용에 있어 현 시정부 인사들에 대한 언급에 대해서는 생략하거나 조심스럽게 다뤄달라는 말을 했다. 그러겠다고 했다. 어차피 회고록 스크립터는 자신의 입장을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의뢰인의 요청을 수용해서 글을 완성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러한 요청에 토를 달 이유는 없다. 오래 지연되었던 일인데, 연말 안에 출간할 생각이다. 인연이란 참 묘하다.


다시 또 한 통의 부고를 받았다.

해마다 이맘때면 부고가 집중적으로 날아든다.

날을 가려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희한하다.

하늘에 든 모든 분의 안식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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