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엄마 생신 본문

일상

엄마 생신

달빛사랑 2020. 7. 12. 15:27

 

밤새  Y-50년사 원고 작업하다가 새벽녘에 미역을 물에 담가놓고 와 잠깐 잠이 들었다. 6시 반쯤 일어나 밥을 안치고 자꾸만 눈이 감기는 걸 억지로 참아가며 미역국을 끓였다. 엄마는 7시쯤 일어나셔서 '뭐 하고 있니?'라는 표정으로 주방을 힐끗 보시고는 이내 목욕탕으로 들어가셨다. 오늘은 엄마의 아흔한 번째 생신, 그럴듯한 요리는 준비하지 못해도 미역국은 내 손으로 끓여드리고 싶었다. 목욕탕을 나오신 엄마는 주방으로 오셔서 끓고 있는 미역국을 확인하고는 "된장국도 남았는데 뭘 또 미역국을 끓여?" 하셨다. "엄마 생신이잖아. 그래서 아들이 미역국이나 끓여 드리려고 그러지." 했더니, "나는 아들 생일도 잊어먹고 넘어갈 때가 많은데...." 하시며 환하게 웃으셨다. 마침 아침밥도 다 되고 해서 뜨거운 밥과 미역국, 그리고 스팸과 젓갈 등 있는 반찬을 꺼내 식탁에 올렸다. 엄마는 대개 아침으로 간단한 죽이나 눌은밥을 드시고 나 역시 아침을 거를 때가 많은 편인데, 오늘은 식탁에 앉아 오랜만에 함께 식사를 했다. 엄마는 "아들이 끓여줘서 그런지 무척 맛있네."라며 국물 한 방울 남김없이 맛있게 드셨다. 그리고 말도 많이 하시고 많이 웃으셨다. 아마도 그것이 내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를 위해 끓인 미역국인데 엄마는 정작 아들을 위해서 맛있게 드셨다. 몇 번이나 더 생신날 아침 미역국을 끓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졌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소고기 국물보다 진하고 구수한 하루를 보내야겠다고 다짐하는 자리였다. 아침부터 낮게 내려앉던 하늘은 오후가 되자 기어이 비를 뿌렸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