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긴 연휴 그리고 노동자의 삶 본문
석탄일과 노동절 등의 휴일이 주말과 어린이날로 이어지는, 그야말로 황금연휴다. 반강제적 유폐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가뭄 끝에 만난 단비 같은 시각이었을 것이다. 때맞춰 우리를 위협하던 바이러스가 잠시 주춤하자 여유 있는 사람들은 해외나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고 평범한 사람들도 인근 공원이나 유원지를 찾아 집을 나섰기 때문에 간만에 도로는 명절 연휴 때보다 더욱 심한 정체를 보였다. 그러나 결단코 평범하지 못한 노동자들은 이 황금 같은 봄날의 연휴 속에서도 사선을 넘나들며 노동을 하고, 그 과정에서 떨어져 죽고, 기계에 눌려서 죽고, 불에 타 죽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세상이 별고 없을 때도 불행하고 별고(別故) 있을 때는 더욱 불행하다. 바이러스 감염자들은 그나마 실시간으로 확인되고 보호되고 치료되고 있었지만 노동자들의 죽음은 별로 의미 있게 기억되지 못한다. 한 노동자는 일 년이 넘도록 광고탑에서 내려오지 못한 채 지금도 고공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소득 3만 달러라는 대한민국 노동자의 슬픈 초상이다.
파마머리가 잘 나와서 기분 좋은 엄마 모시고 모처럼 주일 예배에 참석했다. 현관에 들어서자 체온측정기와 세정제가 놓여 있었고 관리자로 보이는 분은 신도 한 명 한 명의 인적 사항을 일일이 기록하고 있었다. 본당에 들어서자 좌석은 이미 교구별로 구획되어 있었고, 내가 속한 2교구의 좌석은 3층에 배정되어 있었다. 습관처럼 2층에서 내렸지만, 전도사님의 안내에 따라 승강기를 타고 한 층 더 올라가 우리 좌석을 찾았다. 안내위원들은 가족 단위로 예배에 참석한 신도들에게도 2미터씩 간격을 두고 앉으라고 종용했다. 한창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제될 때도 관에서 나온 관리들이 방역시스템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말이 이해가 갔다. 가능한 한 신도들을 대거 예배에 참석시키려는 교회 측의 철저하고도 집요한 방역 태도의 배경과 의도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신도들의 헌금이 종교 사업과 성장의 기반이 되고있는 모든 종교 모든 종파의 공통속성일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렇듯 철저하게 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참석 교인 수는 눈에 띄게 적었다. 띄엄띄엄 앉아들 있어서 더욱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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