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인천민주화운동사>출판기념회 본문
엄마는 오늘 길병원 호흡기 내과에서 검진을 받고 오셨다. 정기 검진은 아니고 어머니 스스로가 예약해 달라고 해서 일정을 잡았던 것인데, 지난번보다 결과가 더 나빠지지는 않았다고 하니 일단 안심이다. 얼마 전부터 교회에 가고 올 때마다 너무 숨 가빠하셔서 걱정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업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엄마 본인도 자신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라고 느꼈기 때문에 병원 예약을 잡아 달라고 부탁했을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 이전보다 폐활량이 많이 나빠지지 않았다는 검사결과가 나왔으니 본인도 다소 맘이 놓였을 것이다. 실제로 엄마의 상태가 좋아져서 그렇게 말을 한 건지(검사 결과를 토대로 말을 한 것이니 사실일 거라 믿긴 하지만) 노인들을 많이 상대해 온 의사 특유의 의례적인 덕담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병원을 다녀오신 후 엄마의 표정은 확실히 밝아졌다. 노인과 함께 살아가는 일은 늘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다. 사소한 말, 몸의 작은 변화 하나하나에도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가곤 한다.
저녁에는 인천민주화운동사 발간 기념식에 다녀왔다. 익숙한 얼굴들을 많이 만났다. 더러는 옛 ‘동지’ 시절과 별로 달라지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또 더러는 그 시절의 삶에서 너무 멀리 벗어난 사람도 있다. 선배들 중 몇몇은 백발이 성성한 채 지팡이를 짚고 나타나기도 했다. 세월은 우리 모두를 서로에게 낯설도록 만들어 버리기도 했고 모종의 동병상련을 느끼게 만들기도 했다. 과연 그 각각의 서로 다른 ‘삶의 형태’들은 자신들의 과거가 녹아들어 있는 운동사 책자를 받아들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인천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담은 책치고는 내용이 무척 부실해 보였지만 어차피 역사적 사실의 기록이란 것은 완벽할 수 없는 속성을 지닌 것, 앞으로 새롭게 발견되는 사실들이 첨가되고 잘못 서술된 부분이 수정되면서 점차 진실에 부합하는 기록들로 업그레이드되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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