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나는 오늘 본능에 충실했다 본문
오늘 두 시에 도화동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에서 진행되는 문화예술교육포럼에 참석하겠다고 예약을 했었는데, 기호일보 칼럼 마감 때문에 가질 않았다. 물론 마감 시간을 지키지 못할까 봐 걱정해서가 아니다. 마감은 내일인데, 나는 오늘 점심 먹고 원고를 마감했더니 홀가분한 생각이 들었고 막걸리나 한 잔 마셨으면 좋겠다는 당연한 생각이 뒤따랐던 것이다.
글쟁이들은 알 것이다. 마감 전에 송고(送稿)를 끝내고 나면 홀가분함과 아쉬움이 뒤섞인 감정이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는 것을. 물론 일단 약속을 지켰다는 것에 대해 홀가분한 감정이 먼저지만 뒤이어 ‘좀 더 다듬어서 보낼 걸 그랬나?’ 혹은 ‘혹시 호응을 놓친 표현은 없겠지.’ 등과 같은 아쉬운 마음이 몰려든다. 몇 번이나 읽어보며 수정을 마쳤어도 그러한 불안은 통과의례처럼 뒤따른다. 실제로 활자화 된 이후에 비로소 더 좋은 표현이 생각나기도 하고, 발견하지 못했던 어색한 표현이 눈에 들어와 아쉬운 경우가 종종 있었다. 마치 마음이 정갈하지 않은 심마니가 자기 발밑의 산삼을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처럼.
어쨌든 나는 지금 공공기관과의 약속을 어기고 생각과 몸이 희한하게 한통속이 되어 요구한, 1차원적 욕망을 선택했다는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는 중이다. 술꾼들은 늘 말이 많거든. 원고 청탁과 갈매기의 매상은 확실히 비례관계에 있다. 내 경우에 그렇다는 말이다. 혼술했다. 하지만 기분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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