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엄마, 나도 예배 드리러 왔어요" 본문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렸습니다. 교회에 가기 위해 일찍 일어나 목욕하고 화장하며 부산하게 움직이시던 태인 씨는 자꾸만 창밖을 내다보셨습니다. 한 손에 성경가방 들고 다른 한 손에 우산을 든 채 노구가 저 빗속을 감당할 수 있을까 타산하는 중이었을 겁니다. 다행히 예배 시간 즈음해서는 빗줄기가 현저하게 가늘어졌습니다. 잠깐 망설이던 태인 씨는 결국 현관을 나가 신발을 신고 있었습니다. 나는 다용도실에서 투명 우산을 골라 현관을 나서는 태인 씨에게 들려주며 “가실 수 있겠어요? 걱정 되네……. 그럼 조심히 다녀오세요.”라고 말하고 들어왔는데, 내내 찜찜한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다시 거리로 나가 태인 씨의 모습을 지켜봤는데, 벌써 저만큼 교회 근처까지 다 갔더군요. 하지만 '만약 돌아올 때 거센 비가 내린다면 옷이 흠뻑 젖을 것은 뻔한 일이고, 행여 빗물에 미끄러져 다치기라도 한다면 어쩌지. 감기라도 걸리면....' 태인 씨 걱정에 도통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나도 대충 옷을 챙겨 입고 무작정 교회로 향했습니다. 내가 도착했을 때 태인 씨는 주보를 보며 성경구절을 찾고 있었는데, “걱정돼서 나도 왔어요.” 하며 옆자리에 앉는 나를 보더니 깜짝 놀라더군요. 맨 처음에는 누군가 하는 표정이었다가, 잠시 후 나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손으로 내 옆구리를 툭 치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밝은 표정으로 웃었습니다. 나도 '하여간 엄마, 제발 좀~' 하는 표정으로 웃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나도 힘들어 하는 여러 지인들의 안녕을 위해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태인 씨 때문인지 비 때문인지 아니면 하나님의 큰 그림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뭔 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손도 잡아 드렸습니다. 말은 안했지만 분명 태인 씨는 다른 교인들에게 그 모습을 자랑하고 싶었을 게 분명합니다. 돌아와 함께 식사를 하는데 평소보다 많은 양을 드셨습니다. 태인 씨를 기쁘게 하는 방법은 정말 단순하고 쉽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내린 비는 밤늦게까지 하루 종일 내렸습니다. 그 빗소리가 “잘했다, 잘했다” 칭찬하는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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