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인천문화재단 사태, 이 또한 지나가리라 본문
인천문화재단이 연일 지역문화계와 언론으로부터 융탄 폭격에 가까운 공격을 당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혁신에 게을렀던 재단이 스스로 초래한, 자업자득이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제정의 실천을 모토로 가진 모 단체의 확인되지 않은 발언("선출과정에서 한 파벌과 결탁했다는 의혹에다, 본부장 인사 사전모의설도 돌고 있다")과 그것을 사실인 것처럼 그대로 게재한 언론기사들을 접하면서 몇 마디 해야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 언론의 문제, 이 분들은 현재 빈약한 정보를 가지고 돌려막기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또한 새로운 프레임을 조각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즉 인천문화재단은 최근 혁신위원회를 통한 전향적인 변화를 모색하려 준비 중이었는데, 대표이사의 갑작스런 인사문제가 불거지면서 새로운 프레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즉, 지역언론들은 어제 오늘, 정보의 출처가 어딘지는 모르겠으나(‘인천뉴스’의 경우, 출처를 경실련이라 명시했지만) 재단 대표이사가 선임 전부터 ‘특정파벌과 결탁’했다는 의심이 든다는, 특정인 혹은 특정세력의 매우 위험하고도 정치적인 발언을 가감 없이 게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지요. 시 정부의 재단 인사개입이라는 다른 차원의 심각한 문제는 사상된 채, 문제를 파벌싸움 프레임으로 단순화시키려는 불순한 의도가 노정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맘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거나 혹은 가까운 지인들과 우려스런 마음으로 합리적 의심을 하는 것과 언론에 사실인양 기사화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층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사에 반대하는 분들은 뒤늦게라도 시가 나서서 ‘잘못된 인사’를 바로 잡았다고 주장하시겠지만…… 아무튼 도대체 예총출신 회장과 결탁할 특정파벌은 누구란 말인가요? 이러한 편가르기를 통해 반사적 이익을 얻게 되는 세력이 마타도어의 생산주체들이겠지요.
백 번 양보해서 광의의 정치행위는 일상의 모든 부면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표현은 좀 그악스럽지만 ‘파벌싸움’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운영이나 문화예술에 대한 견해 차이가 존재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안을 토대로 진정성을 가지고 논쟁을 통해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고자 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견지한다면 문제될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가슴 아픈 일이지요. 특정 세력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일단 흘리고 보고, 언론은 팩트 확인 없이 그것을 사실인양 적시하여 확대재생산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열정과 헌신으로 문화계와 언론을 지켜내고 계신 수많은 분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의심하진 않습니다. 또한 그분들의 진정성을 나는 믿습니다. 그래서 그 동안 좁은 인천 판에서 그분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으로 다양한 지적과 비판을 진지하게 경청해왔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최근처럼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너무도 사실처럼 적시된 기사가 반복되다 보니 오히려 언론과 ‘(또 다른)특정파벌’이 결탁한 게 아닌가 하는 걱정과 의심이 들기까지 하더군요. 저의 걱정이 기우로 끝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동안 저 역시 말 많고 탈 많은 문화재단의 여러 난맥들을 목도하면서 넌덜머리가 나기 일보직전이었는데, 이렇듯 전방위적인 공격을 받고(해대고들) 있으니, 연거푸 이사직을 연임하게 된 재단의 3년차 이사로서 뜬금없는 소속감이 불같이 피어올라 재단의 역성을 드는 희한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중입니다. 그나저나 혹시 함량미달 언론과 문화를 정치에 복속시키려는 몇몇 문화건달들을 비판하면 재단개혁을 반대하는 반문화 반개혁세력으로 낙인찍히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내 고민의 깊이나 폭과는 유(有)관하게 항상 '특정파벌'로 분류되는 나로서는 영광스럽기 그지 없어서 딱 백 마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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